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면서 성장하고, 점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 간에 약속된 것들을 가정과 학교 등에서 배우고, 자신의 지식들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 지식 조각들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상한 상황에서 보고 들은 것을 보편적인 것이라 여기고 소중히 간직하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그 지식의 조각들이 제대로 된 것인지 비교 분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 조각이 옳다고 어떻게 그리 자신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성현의 말씀 등을 보면서 정밀 분석한 지식들도 퍼즐을 맞추어가면서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그 주변의 것까지 다 빼내는 경우도 있다.
나는 늙어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리고 복잡하지 않은 성향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산촌이라는 공간에서 살게 되면서, 놀람으로 사람들의 시각을 가리고 있는 눈가리개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눈가리개는 재료에 따라 세상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있고, 제대로 보이는 듯하나 부분 부분 볼록 나온 것이 있어 부분적 왜곡이 심한 것도 있다. 색이 제각각이라 서로 다른 색의 세상을 보고 이해 한다. 그 다양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자신이 본 것으로 우리는 서로 소통을 시도 한다. 자신이 본 것을 다른 사람도 그렇게 봤다고 여기며 소통을 한다. 같은 말을 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진도가 많이 나간 상황에서야 '왜 이러지' 하며 이상하다고 여기게 된다. 여기에서 누가 잘못 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사람들은 서로 상식이 같다는 전제 하에 말을 나눈다. 하지만 그 전제는 또한 다르다. 저마다 다른 사람은 생각도, 가지고 있는 가치체계도, 세계관도, 모든 것이 다르다. 저마다 각기 하나의 우주를 구성하고 있으니 우리 인간은 타인의 말, 성현의 말씀이라도 자기 나름으로 받아들인다.
거기다 사람들은 각기 다 교만하다. 자신을 옳다고 여기니 자신의 눈에 보암직한 것을 졿다고 여기려 든다. 글을 보아도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글을 잘 쓰지 않았다고 여겨 버린다. 하지만 글은 진지한 자세로 알고자 하면서 거듭 거듭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래야 멋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찾는 지식이나 답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야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기 위한 훈련이 된다.
에리히 프롬의 글(라이너 풍크가 '내가 에리히 프롬에게 배운 것들'에서 인용)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사랑과 이성의 힘을 발전시키면 시킬수록 더욱더 자신감이 넘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 때문에 마지못해 사는 인생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인생을 살기 때문이다. 자유와 조화를 포기하지 않고 베풀면 베풀수록, 다른 사람과 견실한 관계를 맺을수록, 우리는 잠재의식에 숨겨진 '나'를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인간에게는 자신이든 타인이든 낯설게 없다.
자신의 진정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성장이다. 사랑과 이성의 힘을 키워가는 것이 성장이다. 그런 결과로 우리는 점점 사물과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생존지향적인 사람이 겁이나면 자신의 생존을 위한 행위를 하게 된다. 상황이 생존이 위태롭지 않았어도 얼마든지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러니 소통이 힘든 세상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용서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 그 첫번째 용서의 대상이 된다.
눈을 제한시킨 눈가리개를 벗어버리고, 자신을 용서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진정성으로 우리 모두가 살았으면 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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