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우리네는 자연과 멀어졌다. 과거 식량난을 걱정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체로 먹거리도 풍부하다. 발달한 문명세계, 물질이 넘치는 풍요한 세계의 우리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들에 둘러싸여서 산다. 그 세상은 다이내믹하고, 빠르게 돌아간다. 물질과 먹거리 등이 풍요를 넘어 넘쳐나고, 쓰레기도 넘쳐난다.
우리는 세상에 자신의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벌레들을 몰아낸다. 벽이라는 것으로 자연과 선을 긋는 것이다. 공간을 두고 자연계의 여러 생명체들과 다툼을 벌이는 우리들, 안락함을 위해 그들을 없앤다. 그러다 이제는 애완동물들을 집안에 들여 서로 사랑을 나눈다. 살아있는 애완, 예쁜 옷도 입히고... 급상승한 애완동물 시장을 보면 그저 놀랍다. 우리네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고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존재, 절대적 권위를 가진 존재가 된 듯 하다.
자연과 함께 살아왔던 인간은 자연의 곁을 떠나며 삶의 기본 원칙들을 잃었다. 마치 자연 자체를 극복한 듯한 삶이라 여기고 '절대적 권위'에 대한 경외감도 잃었다. 그 자리를 '절대적 권위'와 진리를 가리키는 일을 하는 종교인들이 차지하고, 또 많은 부를 차지한 사람들이 절대적 권위를 가진 듯 채우기도 한다.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생명을 자신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존재들이 생겨나 뉴스거리가 되고 그 희생자들은 살아있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자신이 특출한 존재라 여기는 사람들도 가끔 나타난다. 그런 자들은 인간이 아니기에 인면수심이 될 수 있고, 신을 팔아 먹기도 한다. 인간의 품격을 잃은 존재로 물질의 소유에 집중한 존재들로 인한 사건도 있고, 비리가 밝혀져 사건을 자신의 생명을 버림으로써 종결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천정부지로 까부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데 혼자 까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우롱하고, 사회를 왜곡시키고, 악의 존재로 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악의 존재가 실제로 존재함을 우리는 알아야겠다.
얍삽한 두뇌구조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세상을 우습게 보는 그런 품격을 잃은 사람이 세상을 혼탁하게 한다. 자연의 힘을 잊은 인간들의 힘과 그의 과시, 그에 반해 스스로 나약하고 누군가에 의존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존재감을 가진 '어른이' 같은 사람들도 많다. '오호애재'라는 말 이외에 할 말이 없다.
밭에 씨를 뿌리면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씨앗이 땅 속에서 자신을 변신시키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우리는 기다려 주어야 한다. 때가 되면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새싹들, 다 때가 있는 것임을 일깨운다. 혹한의 추위에서도 자신을 지켜내는 동식물들의 믿음. 그들은 때가 오리라는 것도 믿고, 자신이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믿는다. 이런 삶의 원칙을 잊은 것, 자연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며 사는 동식물, 우리 인간도 그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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