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전만해도 우리는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기대 수명이 65세

정도였고, 55세 정도에 은퇴하고 남는 노년 기간은 기껏해야 10년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예상 기대수명은 80세, 9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본다. 이것은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 해도 적어도 30년 넘게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과학의 발달로 길어진 우리네 수명,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은퇴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이런 모순된 사회 구조는 중·장년 직장인은 물론, 이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젊은이들에게도 불안감을 주며 은퇴를 준비하게 한다. 그렇게 우리네들은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존재들이 되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여전히 방황한다. 그러면서도 안락한 노후를 꿈꾼다. 보험도 들고, 저축도 하면서 열심들이다. 이미 환갑이 넘었어도, 자식들이 다 장성했어도, 아직 노후를 위해 자신이 목표한 돈을 채우기 위해 열심이다. 안락한 노후는 돈의 소유가 보장한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지금 우리는 이미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초고령화 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빠름’을 자랑하는 우리들,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가는 속도도 세계 그 어디보다도 빠르다. 미국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약70년이 걸렸다지만 우리는 약20년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역사상 볼 수 없는 초고속으로 산업사회가 된 대한민국답다. 이 말이 뜻하는 것, 그것은 사회적 충격이 엄청나게 크다는 말이 된다.

그런 혼란스러운 시대를 통과하며 고통 받는 우리들, 이렇게 길게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생존 전략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은퇴준비가 필요하다. 이 긴 시간을 무엇을 하며 지내야 좋을까? 어떻게 해야 지루하지 않고 만족한 삶을 살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그 답을 나는 기적처럼 찾았다. 우리의 옛날이야기에서. 

‘무수당 설화’, 이미 나의 저서 ‘당신을 닮은 사람들’에서 소개한 이야기이다. 그 설화가 알려주는 대로 나는 따라 하였다. 그리고 나는 꿈을 이루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지극히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 그런 만족감을 준 삶의 방식,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긴 내 삶의 방식을 이제 세상에 알리려고 이 책을 썼다

‘사느라 수고하고 짐을 진 자들아 내게로 오라’고 자연이 사람들을 부른다. 그런 자연에 삶을 맡기고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아보자고 제안한다. 살아보니 너무 좋기 때문이다. 나의 삶은 ‘즐겁고 신난다’는 말 그 자체이다. 늙고 병든 나를 품에 안은 자연은 나를 치유한다. 심지어는 다시 젊어지게도 한다. 일찍이 하얗게 센 머리에 점점 검은 색이 늘어난다. 평화로운 나, 자유를 만끽하는 나, 회춘을 하고 있다. 이 기쁨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낸다.

2015년 9월 이화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