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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통해 세상 구경을 하니 핏줄에 대한 애착들이 무척 심한 것 같다. 대체로 핏줄만이 상황에 무관하게 끝까지 자신 곁에 남아줄 존재라 여기는 것 같다. 핏줄로 연결된 사람들만이 자신의 삶에 필요한 핵심 관계망이라 여기는 관념은 과거에서 부터 굳건한 끈기로 구성되어 있다.
관계망이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서로 연계되어 그물처럼 얽히어 있는 조직이나 짜임새를 말한다. 사람 사이에 그런 관계망을 그물처럼 엮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도움을 주고 받겠다며 사람들은 많은 노력을 한다. 학(學)연, 지(地)연, 종교(宗敎)연을 비롯해 살면서 만들어지는 인연들, 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인연들, 돈을 중심으로 맺어진 인연들. 과거와 달리 현대의 사회적 관계망은 더욱 세밀하게 촘촘히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관계망이 인간인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 알아차린 것만이 존재할까? 이 지구 위에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과거에도 많았고, 늘 일어나고 있다. 세상에는 지적인 존재를 인정해야만 이해가 가능한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우연'이란 공시성(共時性)을 누구나 살면서 여러 번 경험했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관계망이 있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관계망의 일부인 자신, 자신을 닫힌 존재가 아닌 열린 존재로 만들면 관계망의 반응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관계망은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고, 열린 존재들은 서로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런 관계망을 닫힌 존재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대화를 할 수가 없다고 본다. 혈연 등과 자신이 만들어낸 관계만을 관계라고 생각하면 자신이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관계망과는 연결이 될 수가 없고, 대화가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예수는 하느님 아버지를 얘기했다고 본다. 석가는 우리가 명확히 말할 수 없는 것을논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지적 존재, 전인류 관계망, 아는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로서의 인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스스로 존재의 완성을 해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의 진행이 미세하고, 오래 걸려도 전인류의 관계망에 협력을 구하면서 그 어떤 흐름을 따라 가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관계망과 대화를 제대로 하게되는 것은 자신이라는 존재가 명료해지고, 완전히 개방되어가며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소유한 것들을 내려 놓고, 자유로운 존재로 흐름을 따라 사는 존재...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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