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의 작은 꽃밭이 있는 집에 살면서 여러 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본다. 꽃이 곧 필 것임을 알리며 꽃봉오리가 생겨나고 천천히 큰다. 그러나 그 곧은 쉽사리 오지 않는다. 생각 밖으로 '천천히'는 정말로 천천히 진행된다.
꽃봉오리를 달고 키우며 그들이 꽃잎을 벌리기 까지의 기간은 생각 밖으로 길다. 식물이 꽃봉오리를 만들고 꽃봉오리를 키우며 그 안에서 꽃의 모습을 섬세하게 하나하나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몰랐던 사실이다. 백합도, 나리도, 봉선화도, 국화도, 등등의 꽃들이 무심했던 나의 눈길을 잡으며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성장과 변화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임을 나는 챙겨든다. 세밀하게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는 작업이 순간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내를 익혀야 한다. 에너지도 비축해야 한다. 한 가지 깨달음을 갖게 되면 그에 연계된 생각도, 다른 깨우침도, 하나 둘 모여들게 된다. 그것을 맞추고 수정도 하고 덜어내고 보완하는 등의 섬세한 작업을 해야 한다.
나는 지금 그 작업을 산촌에서 홀로 하고 있다. 때로는 조급해지는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때로는 잘못 이해한 '앎'의 조각을 빼어내고 그에 맞는 '앎'의 조각을 다시 세밀하게 찾기도 한다. 정교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그러다 그럴듯하게 갖추어져 가는 모습에 으쓱거려도 본다. 그런 아이스러움에 살짝 웃어도 본다. 때로는 살짝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엉터리성과 왜곡된 가치관들을 보며 위안을 얻고 다시 기운을 내기도 한다. 그렇게 그렇게 정교함으로 나를 가다듬고 만들어 간다. 그런 내게 자연은 에너지도 나누어 주고 고요한 삶의 터전도 작업장도 베푸니 감사한 일이다.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고 삶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
전체기사
758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