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산촌에서 열심히 사는 농군들을 가깝게 만났다. 정말로 열심히 온몸으로 살아온 그들은 등이 곧게 바르게 선 노인네가 드물다. 남자들은 꼬부리고 하는 일을 하지 않고 대체로 여자들이 꼬부리고 해야 하는 일을 한다. 그들의 등과 허리는 꼬부라지고 또 이리저리 휘고 굽었다. 그 과정에 얼마나 큰 통증을 참아내야 했을까. 그래도 그들은 살아있는 한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여겨, 매일 열심히 일을 한다. 근면이 미덕인 농경사회의 삶을 여전하게 열심히 살고 있다. 그들의 '열심히'가 “빨리빨리”를 외치며 전대미문의 대한민국 발전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자손들을 더이상 배를 곯지 않게 하려던 그들의 소망은 이루어졌다. 이제 발전한 사회에서 풍요로움을 즐기는 우리네는 과연 즐거운가? 답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과잉 경쟁을 하며 병든 모습이 사회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여전히 “열심히”를 외치는 과잉 의욕은 조급한 마음을 불러 삶의 기본을 잃게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신의 삶에 불만을 가진 기성세대는 여전히 자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라” “열심히 일해라”고 가르친다. 그래도 늘 위대한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라는 반열에 올랐다. 한국의 기업이 국제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아이돌 그룹이 전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하고 확실한 사고를 가끔 TV에서 구경하며 기쁘다. 그들의 산뜻한 똑똑함과 삶의 목적을 찾아내고 삶의 방향을 찾은 젊은 친구들.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고 그길을 가는 모습들. 최근 이준석이라는 36세 청년이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된 사실. 모든게 신선하다. 난데없는 COVID-19 사태로 급격히 확장된 '언택트(untact)'는 그동안 서서히 확장되던 온라인 개념과 하나 되어 삶에서 중요한 흐름이 되었다. 문화, 생활방식, 교육 등 우리 삶의 전반으로 퍼져나가며 인류의 삶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로봇(AI), 드론, 키오스크, 자동차의 자율운행 등 우리네 생활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구습을 따르고 있는 학습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열심히' 잠을 줄이며 해야 하는 공부의 개념. 개천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용이 될 수 없다며 금수저 흙수저로 부모의 능력을 논하며 새로운 개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조국 사태'. 조국 전장관은 자신이 죄가 없다며 온가족이 '조리돌리기'를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부모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고등학교 인턴 실적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는 주장. 국민에게 죄송할 일이 아니라는 상식을 벗어난 가치관. 뻔뻔함과 매우 강한 멘탈로 느껴지나 그들은 자신들이 옳기에 당연한 일이라 여기는 것이리라. 그런 그들에게 여러 동조자가 있고 응원자가 있어 더욱 자신이 상식과 공정을 벗어난 개념으로 행동 하고 있음을 모르나보다. 사회를 강력하게 오도하는 행위라 나는 어이가 없다. 그리고 세상은 발빠르게 변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서 이제 노인네들이 배우며 삶을 좀 둘러봤으면 좋겠다. 열심히를 내려놓고 말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중학교는 입학시험을 치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과외방에서 과외공부를 늦도록 했고, 학교에서는 5•6학년이면 매일 시험을 보게 했다. 그런 경험을 다시 생각해본다. 두뇌를 제대로 활용하여 모두가 평생 학습으로 성장을 했으면 한다. 같은 반 친구들을 보면 공부를 좀 한다 하는 아이들은 교과서가 과목 별로 2개였다. 교과서 한 개는 조사만 빼고는 까만 색연필로 지워져 있었다. 교과서를 달달 외웠다는 말이다. 학교에서도 외울 것을 내주고는 외우지 못하면 집에 보내주지도 않았다. 제일 의아한 일로 강하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당시 아프리카 작은 나라의 수도까지도 반 친구들은 다 외운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작은 나라들은 교과서 어디에도 없었고 시험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들은 많은 시간을 공부라는 것, 암기하는 일에 쏟았다. 지나치게 공부를 열심히 한 그들은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대체로 내게 무엇인가를 물어보았다. 거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내게 그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그저 멍한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나는 항상 시험을 잘 봤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공부 방법을 돌아보지 않았다. 시험에 틀린 개수만큼 그들은 과외방에 가면 과외선생님에게서 매를 맞는다고 했다. 당시 친구들은 자신들의 공부에 과잉 헌신을 한 것이다. 많은 것들을 외우며 보낸 시간들…그 시간들이 그들에게 시험이나 공부란 아주 힘든 것이라고 여기게 했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감은 고갈 되고, 두뇌에는 피로가 누적되고,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든 상태로 조금씩 이행되어 갔을 것이다. 무기력해진 두뇌는 암기한 정보를 기억해내고 답을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들의 공부에는 답을 생각해내는 방법론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생각 조차도 없었던 그들은 두뇌를 단지 암기하는 기억 저장소로만 이용했다고 본다. 반면 놀고 먹는 나는 동화책과 TV, 영화•소설 등 내가 보고 듣는 정보 등에서 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웠다. 시험을 보는 것이 학생으로서의 의무였으니, 시험 시간에 나는 답을 찾아내야 했다. 내가 가진 정보들을 뒤지고, 답을 유추해 내는 나만의 생각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삶에서 만나는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두뇌와 몸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열심히'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다. 일이나 공부를 열심히 남보다 더 많이 해야 잘 할 수 있다는 태도는 심리적으로도 생리학적으로도 손실을 일으킨다고 학자들은 증명을 했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은 열심히에 집중한 사람들을 ‘의욕과잉의 기대이하 성취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재능도 능력도 있으나 단지 자신의 잠재력을 믿지 못하기에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국씨의 아들과 딸도 부모의 과잉의욕이 없었다면 스스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본다. 지금 삶이 피곤하고 불안하다면 이런 과로와 불안의 악순환을 끊어버리자. 스스로를 믿으면서 내면의 진정한 자신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시간을 주자. 우리가 할 일은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유지하는 일에 집중해야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열심히 살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이여 삶을 즐기자. 일이 좋으면 하면 된다. 하지만 아퍼 죽겠다며 일하지는 말자. 주변도 살펴보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누리길 바란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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