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딱서니 없는 꼬마들의 언행이 늘 재미있어
게으름으로 얻은 즐거움
  17-06-21 09:50 이화순   

아침에 일어나 게으름을 잔뜩 피우며 잠자리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리저리  TV채널을 돌리며 새로운 뉴스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되었음도 알았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영화를 만났다. '오토마타'라는 영화다. 첫 부분은 못 봤어도 내게는 무척 재미있는 영화였다. 인간들이 인간들에게 알려주는 경고의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있다. 대부분의 인류가 진화의 흐름을 제대로 타고 있지 못하다는 나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나무 위에서 내려온 원숭이"라는 표현, 삶이란 인류가 밟는 한 단계일 뿐이라는 의미의 말, 우리가 산다는 긴 시간은 찰나의 시간이라는 의미의 말. 잠깐 아침을 준비하느라 놓친 말이지만 로봇의 진화가 누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진화처럼 그렇게 진행되었을 뿐이란 말. 등등의 말이 내게는 감동적이었다. 내게는 친구가 많다는 소리로 들리니 또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놓친 앞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찾은 영화소개 페이지에 로봇의 진화를 조작한 나쁜 세력이 있단다. 참으로 그것을 작성한 직원은 영화도 보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그 영화가 별로 재미가 없는 B급 영화라는 평들이 있다. 액션을 기대 했으나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나보다. 영화로 기쁜 마음에, 들뜬 나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래서 얼른 그런 것들에서 빠져 나았다.

아직도 참으로 뭐가 뭔지 모르면서 사는 우리네들. 꼬마들인 것 같다. 맛 있으면 먹고, 싫증나면 아무데나 던지고, 자신이 힘이 더욱 세다고 우쭐 거리고, 좋다고 하던 것도 쉽게 잊어버리고, 자신의 언행에 책임이 없는 우리네들.


전에 마을에 귀농한 사람 하나가 자신의 말을 강조하기 위해 거침없는 과장법으로 말을 한다. 자신의 차로 경기도 남부에 있는 자신의 집에 가는 데 기름 값이 30만원이 든다고 한다.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반 남짓이라며. 난, 그저 끄덕이며 들었다. 이럴 때 나는 상식이 없는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녀는 필요에 따라 별 의미도 없이 이런 과장 화법을 자주 쓴다.

얼마 전 그녀의 집에 남자 친구가 왔다고 귀농한 여인이 말을 전한다. 그녀의 남편은 주말에나 온다. 주말부부인 가정, 그 집에 남자친구가 놀러왔다는 전언. 읍내에서 거래 관계로 왔겠지 하니 말을 전하는 친구는 아니란다. 그러면서 남친이면 뭐가 어떠냐고 말한다. 자기도 대전에 남친이 많다고 한다.

남친이 많다며 남친이 놀러오면 어떠냐는 여성은 자신을 찾아오는 남성들을 지인이라고 표현을 했었다. '무슨 남친'하며 '남사친'이 없을 것이라는 내 주장에 자신의 말이 맞다고 강조하며 그녀는 갔다. 과장법을 잘 쓰는 친구가 왔길래 확인하니 친구가 모두 7이었고, 운전을 해서 온 사람이 그중 한 친구의 남편이라고 말한다. 내 상식과 맞아 떨어지는 답변이다.

과장법 보다는 얄궂게 말하는 사람이 사람 사이를 망치게 한다. 얄궂은 심술이 작용한 결과이다. 그녀는 내가 매일 술을 마신다며 술을 조심하라는 조언까지 하고 갔다. 그녀는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그렇게 할 것이다. 매일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산다고.

ㅎㅎㅎ 그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철딱서니 없는 꼬마들의 언행이 늘 재미있을 뿐이다. 그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나는 더욱 확실히 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꼬마들의 방문은 반갑지가 않다. 아직도 어른이 덜 된 나는 그들의 어설픈 말에 기분이 찝찝해지기 때문이다. 잠시 그들이 내게 묻혀준 흙먼지를 털어내는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오토마타'와 같은 영화는 지구 상에 많은 친구들이 있음을 깨우쳐주고, 기쁨을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일요일 아침의 게으름으로 이렇게 나는 즐거움을 획득했다.


201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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