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나는 동안거 중이다. 항상 홀로 집에 칩거하고 있지만 추운 날씨라 산촌을 걷는 시간 외에는 집안을 나서지 않으니 온전한 칩거생활이라 하겠다. 동안거란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하여 몸을 잔뜩 움츠린 것처럼 자신의 고갈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 탱크를 잔뜩 채우는 기간과 작업을 말한다고 본다. 날이 흐르면서 뭔지 충만해지는 느낌이 조금씩 늘어난다. 봄이 오면 새순을 일시에 활짝 펴낼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잠시 느껴진다. 개구리로 치면 비약할 수 있는 에너지가 어느 정도 마련된 것이다.
나비로 변환된 나는 온전한 자유를 획득한 존재로 몸이 가벼워야 한다. 하지만 추운 겨울에 날개를 접고 동안거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난 여름에 활발히 날았을까? 그렇지 못했다고 느껴진다. 그것은 내가 아직도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여전히 몸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아직 현실세계의 상황에 갇혀있고, 문제를 안고 있는 '나'이다. 동안거를 하면서 문제를 내려놓고, 나를 가둔 상황도 제거하고 있다. 내 의식에서 잠시 잊고 또 실수를 하는 것을 보며,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아직도 남은 과거의 잔재를 내려 놓아간다.
그리고 이제 다시 새로운 나비, 자유롭고 몸이 가벼운 나비가 되려한다. 그래서 내가 전에 쓴 책 '실패예찬'을 다시 꺼내어 정독을 했다. 방향을 잡고, 연마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익히면서 명료해졌던 의식들이 다시 모호해졌음을 알아차렸다. 내게 '실패예찬'이 나의 의식 상태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흔들리지 않게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다시 확실히 한다. 문제를 내려 놓고 상황을 벗어난 나의 모습을 확실히 한다. 그러면서 내가 쓴 책이지만 '실패예찬'에 다시 감동을 받았다. '나'라는 존재감은 죽고, 새로운 '나'로 부활하는 과정. 그렇지만 그것이 완성은 아니고, 지속적으로 죽을 때까지 가야하는 것임도 확실히 했다.
나의 진실한 경험이기에 진정 변화하고 싶은 사람, 제대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 새롭게 자신의 존재를 만들고 싶은 사람, 절망의 나락에서 고통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방법을 알려주리라 믿는다. 또한 인생을 제대로 멋있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길을 안내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책을 쓴 이유이다. 최고의 무공비급처럼 숨겨진 고수가 세상에 남긴 최고의 '인생비급'이 바로 '실패예찬'이라 자부한다.
나는 내가 답을 구할 때, 길을 잃었을 때, 친구가 필요할 때, 인정 받고 싶을 때, 절망했을 때, 모두 필요한 책을 만났다. 나의 절절함에 책들이 나를 찾아와 길도 찾게 했고, 절망에서 구해내고, 친구가 되어주었다. 나의 '실패예찬'이야 말로 사람들에게 그럴 수 있는 책이다. 내가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요구할 때 세상은 항상 그것을 만나게 해준다.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모른다면 모름을 인정함으로써 자신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세상은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우리의 편이기에 항상 답을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면서도 거센 하나의 물줄기에 휩쓸려간다. 가는 풀뿌리라도 잡고, 그 흐름에서 빠져나오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휩쓸려 사는 삶이 아니라 자기가 삶을 주도하려는 사람들, 진정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에 '실패예찬'이 나비처럼 내려앉기를 바란다. 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만들기 위한 창조작업의 과정으로 태어난 책이기에.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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