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의연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벼의 이삭이 논에 출현했고 그 위에는 고추잠자리들이 얕게 날아다닙니다. 이것은 풍성한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는 모습입니다.
책꽂이를 지나다 '삶의 지혜(틱낫한 스님)'라는 책을 꺼냈습니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존재, 이미 그런 존재임을 알아차리는 날이기를 바라며 거기에서 만난 글을 소개합니다.기독교에서 흔히 말하는 것 중에 '주님 안에서 쉼'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욕망과 경쟁심을 내려놓으면 신(GOD)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지요. 현재의 순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확고히 하고, 궁극의 경지에 머무르며 우리의 우주적 몸에서 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궁극의 경지에 머무르기 위해서 특별한 믿음이나 종교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파도는 믿음 없이도 자신이 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지금 바로 이 순간, 파도는 이미 물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깨달음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제대로 알아듣고 이해하지를 못하기에 이렇게 저렇게 저마다 비유법까지 써가며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경쟁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우월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유치한 욕망 때문입니다. 아마 그래야 자신의 존재감이 느껴지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아직 미성숙하다는 하나의 표현일 뿐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잘났고 저마다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위대한 존재입니다.
오늘 우리는 모든 욕망과 경쟁심을 내려놓고 자신이 이미 자신이 바라는 그런 존재임을 믿습니다. 파도가 바로 물이듯이 말입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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