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촌에는 밤부터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빗소리가 토닥토닥 잠을 재워준 밤이었습니다. 비가 와도 포근함과 따스함을 누리며 즐길 수 있음어 감사한 밤이었습니다.
살금살금 은행잎의 파랑이 빠져나가, 옅은 연두색이 되고 이어 노란 색으로. 살그머니 달라지는 산촌의 나무들, 찬란한 가을을 향해 갑니다. 그 묘한 나뭇잎의 색깔이 비를 맞아 더욱 맑아 보이는 아침입니다. 잡초라 우습게 여겼던 어떤 풀은 자신의 잎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맑은 모습으로 의기양양한 듯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합니다. 자신도 누구보다 화려하고 예쁠 수가 있다고.분명 아름답지 않을 텐데도 나는 자신을 아름답다고 느꼈다. 부족 사람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그들 덕분에 나는 내가 그들과 하나이며, 동시에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고 훌륭한 인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자신이 타인에게 아무 편견 없이 받아들여지는 기분이 어떤 것인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말로 모건의 '무탄트'라는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녀는 호주의 원주민과 호주 대사막을 횡단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고 훌륭한 존재입니다. 이 말을 그대로 자신의 것으로 하며 오늘도 멋쟁이로 사는 우리, 기쁨의 존재입니다. 매일 이런 말을 하고 또 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 이도 기쁨입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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