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의 작은 논에서 벼는 이삭을 바람에 흘들거리며 수고한 자신을 위로하며 수확의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에서 때로는 절망적인 시련, 비극적인 사건들에 둘러싸여 있는 자신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상황에서의 탈출구가 쉽게 찾아지지 않습니다.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문제들과 맞서 싸울 기력도 없습니다. 그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 자신의 힘을 축적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또는 지금 격류에 휩쓸려 흘러갑니다. 빠른 물살은 정신을 못차리게 하고 죽음의 공포로 내몹니다. 그런 물살과 싸울 힘이 없습니다. 이럴 때도 몸에서 힘을 빼고 물살에 자신을 맡겨야 합니다. 힘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물살의 힘이 빠질 때를 기다리며 힘을 축적하고 대처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 것, 사람에게는 힘든 일입니다. 위기상황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이유는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열심히 하니까 잘 될거야'라는 자위를 위해서 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포감에 지레 죽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에워싼 포위망을 뚫고 나갈 방법을 알 수 없을 때, 그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긴장을 풀고 힘을 비축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쓸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때, 그때가 바로 우리의 온 에너지를 쏟아부을 때입니다.
삶은 하나의 흐름입니다. 이 세상은 매순간 변합니다. 기다림을 아는 우리를 위해 변화하고 있습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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