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촌은 구름이 많은 흐린 날입니다. 그래도 황금 물결이 넘실대는 논, 자연을 찾고 걷기에 좋은 때입니다. 이제 추석연휴를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늘 바쁘고 끊임이 없었던 일에서 놓여난 기쁨을 누리셨으리라 여깁니다.
잊고 살았던 생각들, 변해가는 감나무잎, 익어가는 감과 밤송이의 떨어지며 내는 "툭" 소리, 간혹 떨어져 날리는 낙엽, 맑고 높은 하늘과 흰구름, 공중의 잠자리 떼와 땅위의 메뚜기들, 잔잔하게 흐르는 풀벌레 소리, 마음속에 봉인된 많은 기억들을 깨웁니다.
그저 앞으로 달리는 일에만 신경을 썼던 우리네, 그저 앞으로 달리고, 더 빨리 달리는 것에 급급해서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들을 희생시켰던 우리들. 피곤하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 고단한 삶의 우리네에게 쉼과 멈춤의 기회를 주는 휴식의 기간을 지냈습니다.
오늘은 기대감으로 즐겁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상의 삶을 살면서 초조함에서 벗어납니다. 주변의 경관도, 전체의 흐름도 봅니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고 조급함으로 사는 우리들이 아닙니다. 오늘을 즐기며 오늘을 사는 존재로 삶의 균형을 취하고, 나무와 숲 전체를 균형있게 바라보는 우리입니다.
가을을 느끼고 즐기며, 주변을 여유있게 둘러보며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을 갑니다. 이제 삶은 고단함이 아니라 기쁨입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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