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대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늘, 누군가에겐 바쁘고 누군가에겐 무척 한가한 날이다.

명절이 와도 여전히 나홀로 어떤 해야할 일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지낸다는 것, 신기하면서도 편안하다. 그래서 조용히 모두에게 풍요로운 가을이기를 바라며 가을의 느낌, 추석의 느낌을 그리며 안온함을 유지한다. 마음을 고요하게 관리하며,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시간의 흐름도 잊었다. 그런 나를 풀벌레 소리가  깨웠다.

정신을 차리니 마우스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관절염으로 굳은 엄지 손가락이 더욱 뻐근히 아프다. 그래도 뭔가 표현할 수 있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다. 이제 그만 잠시 손을 놓아야겠다.


모든 사람이 풍요로움을 느끼는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넘치게 가지는 것이 풍요가 아니라 풍요로움의 느낌을 가지는 것 말이다.

가끔 명품의 백을 자랑하면서도, 밥을 먹는 일에 돈을 계산하고 밥 대접을 한다며 얄팍함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런 행위는 가난을 느끼게 한다. 밥 대접을 받으면서도 가난함을 전달 받는다. 느껴진 가난함을 떨구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런 대접은 싫다. 

자신을 제대로 나타내는 옷과 치장을 하고, 먹는 일에서는 먹고 싶은 것을 돈 계산 없이 먹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넘치는 것을 자신있게 나누는 그런 우리들이었으면 한다.

2013.09.18. 전북 마치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