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산책을 하다보면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거미줄을 만난다. 기본적인 거미줄은 아주 섬세하다. 촘촘히 짜여진 그늘망, 그 위로 조금은 덜 섬세한 거미줄이 또 있다. 그리고 옆으로도 엉성한 거미줄이 싸고 있다. 바로 입체적인 거미집이다.

그 거미집 안에는 커다란 거미가 위용을 자랑하며 앉았다. 거미줄에는 작은 벌레들이 붙어있다.

내가 알고 있던 거미줄은 한 겹의 촘촘한 것이었다. 이제야 처음 하나의 고미가 입체적인 거미줄을 칠 수 있다는 사실! 나만 몰랐을까...경이롭다.

길을 걷다보면 보이지도 않는 거미줄이 나의 신경줄을 잡는다. 돌아보면 나로 인해 끊긴 거미줄이 햇빛에 날린다. 어떻게 길을 가로질러 거미줄이 쳐질까? 신기하기도 하다.

이렇게 자못 경이로운 세상에서 나는 10여일 전 지금이 4~5cm정도 되는 수박을 발견했다. 동그란 모양에 초록색 표피에 선명한 수박의 줄 무늬! 나의 산책길 개울가이며 도로 옆이었다. 수박이 발견된 지점의 도로 옆엔 집이 하나있다. 개울이 그 집의 쓰레기터이다. 가지꺽기한 후의 잔여물, 고추를 정리한 후의 쓰레기 등 그들이 살면서 만들어낸 많은 잔여물이 그 개울가에 버려진다.



그들이 먹고 버린 수박씨에서 싹이 났을 것이다.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 수박은 자신을 키우고 지켜내며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열매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러다 내 눈에 경이로움을 가득 안고 들어왔을 게다. 그렇게 한 일 주일 내게 기쁨과 '주변과 교감하는 생명체' 인식을 확실하게 하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앙증맞은 수박이 내 두뇌에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아마 사진을 찍었다면 그 이미지를 소유했다는 생각으로 보관함에서 먼지만을 뒤집어 쓰며 희미해져 갈 것이다. 하지만 사진 대신 나는 내 마음에 내가 주변과 나의 상황과 교감해야 함을 각인했다. 그리고 내가 내 삶의 의미를 실현해야 함을 새겼다. 또한 그 의미는 크고 튼실할 필요는 없음도 챙겼다. 앙증맞은 수박이 주는 생명의 의지와 소명의식이 더욱 내게 감동과 경외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바로 이런 것이라 나는 믿는다.

2013.09.21. 전북 마치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