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다 같은 생각을 글로 만나면 기쁘다. 그래서 저자는 책을 놓고 나와 친구가 된다. 주변에서 만나지는 사람들과는 하지 못하는 진정한 대화를 그들과는 할 수가 있다. 고마운 일이다. 아래 인용한 글은 리처드 바크의 소설 '영원의 다리'에서 인용한 것이다. 그처럼 나도 파산을 통해서 진짜 나를 만났고, 진짜 세상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 다른 세상, 꿈꾸던 세상을 만나 삶을 즐기는 중인데 적절한 때에 다시 리처드 바크를 만나 기쁘기 짝이 없다.

내가 쓴 모든 책에 대한 저작권을 상실하고 파산한 것은 어째 보면 부조리한 재앙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우린 겉만 보고 상황을 판단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은 인생에서 피상성이 아니라 실재성을 확고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끈도 닻도 없는 깨끗한 석판을 받은 것 같았다. 지금은 내가 그토록 믿어왔던 스스로의 미지의 힘을 증명해 보일 기회인 것이다. 삶은 결코 그 생명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우주의 법칙이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부유한 제국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것은 가벼운 열기구를 타고 지하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