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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15일 화요일 맑음
며칠 만에 화창한 날이다. 반가운 햇살이 축축한 세상에 좌악 빛을 던진다. 그 아래 신이 난 생명들이 솟아 오른다. 집의 마당에 나가니 싱싱한 생명력이 나를 감싼다. 탈진한 듯한 몸이 그들이 내뿜는 기운을 열심히 흡수하느라 바쁘다.
그들에게 있는 힘, 물론 내게도 있어서 내가 살고자 하니 그들은 꿈틀대며 내게 힘을 주었다. 봄이 와 자신을 키울려는 풀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내면에 깃든 '그 무엇'인가 깨어나 몸을 일으켜 지상의 흙을 뚫고 나오게 했다. 모든 생명체에는 자신이 살아야 할 삶을 위한 힘이 확실하게 존재한다. 2000년도인가 박보검씨가 군대에 가기 직전에 찍은 '청춘기록'이라는 드라마가 떠오른다.
내일을 향해 가며 방황하는 청춘, 실패나 실수에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다 결국 자신에게 내재된 '그 무엇'을 찾는다. 그런 그에게 내일은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깨달음을 줄만한 드라마였는데... 여주인공 역시 바람직한 청춘의 모습을 잘 보여 주었다. 방황하고 시련을 겪으며 모든 생명체는 자신이 알아야 할 진리를 알아간다.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했을 때 확실한 존재로 자신을 키워가게 된다.
꽃밭에 작은 싹들이 조금은 무리지어 태어났다. 그런데 난 그들의 정체를 모른다.
마당 귀퉁이에 달래가 그 여린 줄기로 땅을 뚫고 솟아났다. 그리고 따 한 쪽에 부추도 싹을 내었다. 집 옆에 있는 마당으로 가면 그들이 많을테지만 게으른 나는 앞마당에 조금 난 아이들을 찍었다.
나의 호두나무 밑둥에 돌학이 있다. 그 주변에 심어놓은(?)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겨울을 잘 나고 이제 붉은 색을 초록으로 바꾸어 가며 자신의 건재를 알린다. 그런데 그들은 심은 것이 아니다. 번식력이 좋길래 학 주변의 시멘트 바닥에 그냥 올려놓은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들은 성장하고 번식을 한다. 그들은 상황이 어떠해도 살기로 작정하고 열악함을 도리어 즐기는 것 같다. 서울에서는 보지도 못했던 그들은 이곳 시골에서는 제법 흔하다.
얼마전 옮겨 심있던 이끼가 이번 비에 화려해졌다. 꽃을 피운 것이 아닐까 해본다. 이 이끼는 옆의 산골짜기로 들어가서 얻어온 것이다. 그런데 꽃밭을 정리하다보니 그곳에도 이끼가 여기저기 좀 있었다. 그들을 걷어다 이끼밭에 보충을 해주었다. 이끼를 마음에 담았더니 집의 여기저기에 이끼들이 있음을 알게되었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모르고 밖에서 찾아야 한다고 여겼던 나의 무지. 이게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점인 것 같다. "내 안에 다 있다."를 다시 챙긴다.
그리고 마음에 두지 않으면 대체로 눈이 보아도 인지를 못하고 그냥 스킵해 버린다. 이 사실도 이끼로 다시 챙긴다. 그러니 원하는 것을 찾아 덮어놓고 밖으로 밖으로 헤맬 것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서 우선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 할 것이다. 온갖 쓸데없는 것으로 분주한 마음을 비우고 텅 비게 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오늘 다시 챙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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