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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23일 수요일 흐림
어제도 오늘도 조금 날이 쌀쌀하다. 그런데 오늘은 흐리고 지금은 안개비가 좀 온다. 어제와 그제는 마당에서 봄과 종일 놀면서 재미있었다. 아직도 마당의 귀퉁이에 돌을 깐다. 적당한 돌을 찾아 옮겨와서 흙을 좀 파낸다. 그 흙 속에서 씀바귀의 뿌리 등 풀뿌리를 캐낸다. 씀바귀가 몰려있는 곳에서의 작업에는 시간이 꽤 걸린다. 그리고 돌을 놓고 주변을 다진다. 그래도 내깐에는 제법 잡초가 태어날 공간을 줄여간다.
산촌을 걸으면서 개울을 보면, 특히 상류쪽 계곡은 봄이 몰려오는 기운을 주고 봄을 맞는 자연의 태도가 보이는 것 같다. 신나는 반가움, 당연한 하다는 듯한 자세, 모두가 살아나는 기운을 즐기는 태도...
어제 오후 집 언덕배기 쪽에서 돌을 집어 올려고 들었더니 돌 밑에 다슬기들이 살고 있었다. 다슬기인지 확신은 못하지만. 밑에 약간의 물이 있다. 그런 곳에서도 다슬기가 사는구나 신기했다. 여러 생명이 연계된 것이라 돌을 얼른 제자리에 놓아주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돌을 드니 그 밑에는 다슬기도, 아기 지네도 있었다. 얼른 돌 뚜껑들을 닫아주었다.
생명체들은 저마다의 능력으로 저마다의 방법으로 산다. 우리 인간이 그런 것처럼. 지네가 지네가 되어 성장하고 살기 위한 모든 능력은 내재되어 있다. 다슬기와 같이 있었던 달래도 달래라는 존재가 되기 위한 모든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니 갸날픈 몸을 키우고 자신의 꽃을 피우게 된다. 그러니 우리 인간에게도 각자 유니크한 존재가 되고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 위한 능력이 내재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사실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누구는 편안함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누구는 불안함으로 전후좌우를 살피고 눈치를 보며 불안함으로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삶의 성패는 내재된 능력을 믿고 꺼내 쓰려는 자세와 자신에게 내재된 가치를 모르고 전전긍긍한 자세를 견지하냐는 것에 달려있는 것이다. 오늘 다시 이 사실을 챙겨든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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