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4일 월요일
오늘은 4월의 첫 월요일, 그리고 나의 70회 생일이다. 오늘로 나는 71년째의 삶을 시작한다.
하얗게 서리가 내려있는 아침이다. 추위를 뚫고 자신들을 키우는 풀들을 보면서 느끼는 경이로움, 그러한 느낌을 나의 것으로 하고 산다. 상황이 어떠해도 그 상황에 적응하고 이겨낸 나이다. 그런 나 자신에게 나는 오늘 경이로움 마저 느낀다.
내가 원하던 삶을 충분히 사랑하고,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헤매던 방황이 없어졌다. 방황의 여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생각도 없어지고 고요함에 싸여 나의 70회 생일을 맞았다.
성장하고자 했으나 성장속도는 속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좀체로 방황은 사라지지 않았다. 방황이라는 것은 세상의 가치체계가 아닌 나 자신만의 가치체계를 갖추고 나의 가치척도로 판단하는 과정을 말한다.
내 삶의 목적의식을 제대로 찾아들고, 삶의 목적을 신념화 하기 까지에도 많은 시간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나의 내부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많은 잘못된 사고습관, 왜곡된 사고물들, 감각습관 등을 찾아내는 일에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기간 나는 세상과 하나가 되지 못한 방황하는 이방인이었다.
내가 내게서 지워버려야 할 것들로 찾아진 것을 지우고 버리는 작업에도 엄청난 의지와 에너지가 필요했다. 공책에 연필로 쓴 글을 지우개로 지워도 그 흔적이 남는다. 그러한 것을 말끔히 지우는 작업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래도 홀로 산촌에서 그런 작업을 진행하며 71세의 노인으로 살아가는 나를 나는 사랑한다.
늘 편안하고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간다. 그것은 지금까지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의식의 수준이 낮은 사람은 자기 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의 섬세한 지능의 차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수준을 넘어선 정신적 선(善) 바름(正)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릴 수가 없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을 이유도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는 생각도 필요 없다는 확신을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맑은 햇살의 사랑을 받으며 산촌을 채운 공기를 알아가며 바람도 즐기며 빗방울도 즐기며 나는 그렇게 세상과 하나되어 산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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