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5. 줄어드는 산촌의 생명체들
간벌작업
  22-02-25 11:19 이화순   
2022년 2월25일 금요일 맑음

요즈음 날이 매우 추웠다. 봄이 오기 전 겨울이 자신의 힘을 내게 과시하고 있는 듯. 바람이 아무리 매워도 나는 늠름하게 매일 오전 오후로 나누어 걷는 일에 2 시간을 썼다. 그러면서 스스로 대견스러운 자신을 발견하며 늘 기쁘다. 그런데 오늘은 바람소리가 없다. 햇살을 쬐며 따스함에 몸을 맡기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기쁘다.

나의 산촌에서 전에 나는 수달도 봤고, 고라니는 수시로 봤고, 삵도 봤고, 꿩도, 멧돼지도, 까치도, 파랑새도 봤었다. 그런데 요즈음 까치는 없어졌고, 고라니도 나는 거의 만나지 못하고 있다. 고라니가 발정기에 울부짖는 소리도 몇년짜 듣지 못하고 있다. 매일 보던 왜가리도 어쩌다 나타날 뿐이고 파랑새는 보이지 않고 있다. 꿩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걸어다니는 지역이 한정되어서 그럴까. 전에는 이 골짜기 저 골짜기를 다녔지만 지금은 길을 정해놓고 다닌다. 내가 아는 생명체들이 사라지는 느낌이 사실 무섭다. 내 생각이 맞으면 어쩌나...

이 산촌에 와서 매해 겨울이면 나무들이 베어져서 그것들이 외지로 나가는 것을 본다. 여기저기 산들의 벌거벗은 모습이 나를 안타깝게 한다. 그런데 베어내고, 다시 심고, 다시 자라고, 이런 것이 오랜 시간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살며 보니 나무가 자라기 전에 옆 산이 벌거벗고, 또 그 다음 산이 그러니 여기저기가 헐벗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나는 늘 의심을 품고 있다. 나무를 베어내기 전 산림청에서 허가를 얻을텐데... 이런 문제로 숲에 사는 생명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아래 사진은 아랫마을의 작업터이다. 보이지 않는 골짜기에서 나무가 베어져 작은 트럭으로 옮겨져 쌓인다. 거기에는 큰 트럭이 있어 잔뜩 싣고 어디론가 나간다. 


나무가 장작으로 변환하기까지 여러 힘든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산촌에서 살면서 알게 됐다. 장작이 비싸지만 이런 과정을 보니 비싸다고 할 수도 없다. 장작, 이산화탄소, 연료, 지구, 이상기후, 등등 복합적인 생각을 지식을 가지고 에너지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우크라이나 사태, 대선, 코로나 등의 문제로 웬지 뒤숭숭하다. 선거전을 보며 비논리적 말들이 큰소리로 자신있게 외쳐짐으로써 힘을 가지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며 놀랍다. 우리네 사람들이 분석과 이해 능력이 떨어짐으로써 말들이 안되는 얘기를 말되는 얘기라고 뻔뻔하게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무섭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을 내가 살아왔음을 다시 느낀다. 나를 보호해준 세상에 새삼 고맙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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