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11. 저 세상으로 떠난 마을의 아저씨
왜 살아...
  22-12-11 10:54 이화순   
2022년 12월10일 맑음

그제인 금요일의 산촌은 맑아 걷다보니 좀 더운 느낌도 생겼다.


걷다보니 씀바귀를 캐는 현장을 만났다. 날씨가 추워도 몇 할머니가 앉아 일을 하신다. 씀바귀밭 일부가 비닐에 덮혀있다. 이것은 계속 씀바귀를 캘 것이라는 말이다. 비닐을 덮어 놓으면 밭이 녹고 얼지 않기에 그렇다.


그제 저녁에 다가가면서 하늘이 회색 빛으로 바뀌며 곧 눈이라도 올 듯한 날씨가 되었다. 그런 날씨가 어제도 계속 되어 산촌은 종일 회색 빛이었다. 바람은 쌀쌀하게 불고, 모든 세상이 잠든 것 같았다.


위의 사진은 개울의 억새들이다. 바람에 맡기고 그들은 몸을 흔들고 있다.

지난 목요일(8일)에 마을의 65세 아저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농사철에는 부지런히 마을을 오토바이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해서 내가 그래도 하루에 한 두 차례 마주친 사람이다. 사람 구경하기가 힘든 산촌에서 사람으로 내게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갑자기 뇌출혈로 떠났다. 나이 보다 훨씬 젊어보여 한 60세 정도로 여겼었다.

장례식에도 참석해 당황한 마을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은 갈 날을 자신이나 주변에서 대체로 알지 못한다. 그도 자신이 갈 날을 몰랐고, 정말 열심히 쉬임 없이 일을 했다. 그리고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를 피었다. 대체로 마을의 아저씨들이 그렇다.

산촌 마을에 와서 술을 지나치게 매일 마신다고 여겨져 처음에 무척 놀랐다. 살면서 보니 그들은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고, 힘든 몸을 일으켜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술을 마셨고, 지치고 지친 몸을 술에 적셔 또 밤잠을 자는 것 같았다. 대체로 술에 의지해서 사는 모습들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이들이 들었고, 자식들은 다 커서 품에서 떠나 보냈다. 돈도 거의 쓰지 않고 살면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모으는 사람들.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이라 여기는 것이다.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자신을 지키고 사랑해야 함에도. 세상을 떠난 아저씨는 마을에 구두쇠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이제 하시라도 저 세상으로 갈 수 있다. 고통으로 가득 찬 삶을 버리고 산촌에서 삶의 여유와 행복을 만끽하고 있으니 그렇다. 고통이 가득 찼었기에 나는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삶의 긍정적인 부분만이 내게 남아 있다. 내가 교정해야 할 많은 부분이 교정되어 내게서 자리를 잡고 있다. 나는 지금 내 몸에서 힘을 빼고 개울의 억새처럼 바람에 나를 맡기고 있다. 이런 삶이어서 고맙다. 언제라도 가볍게 저 세상으로 옮겨 갔으면 한다. 점점 기운이 없어진다고 느껴진다. 이런 변화도 고맙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람들이 만든 어떤 틀들을 벗어나 홀가분하게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기 바란다. 자신의 삶은 누구에게 보이거나 세상에서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돈을 벌고 모으기 위해 사는 것은 더욱이 아니다. 그것을 미처 모르고 열심히 이 세상을 살다가 돌연 저 세상으로 간 마을의 아저씨, 편안한 마음으로 쉬면서 삶과 세상을 이해햐는 삶을 다음 세상에서 살기 바란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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