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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7일 맑음 수요일
지난 5일부터 어제 아침까지 나의 산촌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계속 왔다. 하지만 지난 폭우 때같은 장대비 보다는 조금 약했다. 산촌에는 아무일도 없이 무사히 태풍을 보냈다. 뉴스로 만나는 포항 제주 등지의 피해에 미안한 마음이다. 나만 편하고 안전함을 즐기는 것 같아서...
'6일간의 깨달음'이란 오래 전 내게 감동을 준 책이 떠오른다. 저자인 아론 랠스톤은 사고 당시 27세였다. 그는 유타주의 협곡을 혼자 등반하다가 위에서 떨어진 바위에 오른 손과 팔이 짓눌리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127일이라는 고난의 시간을 협곡에 갇혀 보냈고 스스로 자신의 팔을 자르고 탈출을 감행해 결국 구출되었다. 그 당시 매순간 자신의 느낌 감정 고통 등을 세밀하게 적어낸 감동실화의 책이다.
그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내게 알려주었고 나를 응원했다. 삶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삶을 유지하던 내게 큰 힘을 준 책이었다. 당시 나의 생각은 삶을, 그 삶에 짓눌려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짓눌림이라도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최근의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떠오른 기억이다. 삶은 소중한 것이고, 그것을 지키면서 하는 경험은 자신을 성장시켜 제대로 된 나 자신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본다. 신과 함께 하는 자신을 창조하는 작업이라 여긴다.
어제 아침에는 내 마당의 몇 친구들의 몸이 조금 쓰러진 듯 했다. 그러다 해를 만나 그들은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딱 하나의 키가 큰 맨드라미가 완전히 쓰러졌다. 그를 뽑아보니 뿌리가 약했다. 뿌리가 식물의 기본이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내공이라 여겨진다. 식물이 자라면서 땅 속에 자신을 꾿꾿하게 버텨줄 뿌리를 깊이 내리듯이 사람도 자라면서 속 깊이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공이라고 본다. 그러니 사람은 살면서 외면을 치장하고 물질을 많이 소유하기 보다는 내면에 내공을 키워야 한다고 여긴다. 나는 열심히 내공을 키웠다고 자부한다. 내공은 자신과 하나 된 것이고, 소유한 외면의 것들은 언제라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살이, 삶이 점점 어려워지는 요즈음이다. 그 삶을 확고히 하는 것, 인간의 품격을 갖추는 것,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과보호적인 생활 태도, 양육태도 등을 이제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나의 이런 생각이 맞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나는 오래 살아야 할 것 같다. ㅎㅎㅎ
일기를 쓴다는 것이 나의 생각을 적었다. 나는 늘 이렇게 나를 강화시키는 생각들을 되씹으며 산다. '씨나락'을 되씹는 것이다. 씹을수록 씨나락은 고소하고 달콤해진다. 그렇게 나의 부족한 점을 보강하고, 고칠 점을 찾아내 수정하고, 새로운 반응법들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하고 산다. 나는 그렇게 인간은 지금 한 단계 jumping을 하고 있다고 본다.
재난을 당하신 많은 사람들의 상황은 사회 전반에 파급된다. 야채 과일 등의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할터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좀 다소곳이 살았으면 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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