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년 9월8일 목요일 맑음
태풍이 가고 낮의 볕은 매우 뜨겁다. 산촌은 급속히 말라간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언제 태풍이 왔었냐고 생뚱맞은 표정이다.
이런 하늘을 보며 산촌을 걸었다. 태풍과는 무관하게 나는 매일 산촌을 걸었다. 요즈음 유난히 칡의 꽃이 향기를 내 걷는 내게 향기로움을 선물한다. 그들의 꽃은 큰 잎에 가려져 엉킴 속에 대체로 숨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매혹적인 향을 낸다고 본다. 향기로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는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들깨들은 지금 희고 아주 작은 꽃을 피우고 있다. 들깨밭에서 나오는 고소함에 배부르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그들은 꽃이 피기 전에도 향기를 뿜어냈다. 그들 전체가 고소한 것이다.
고소한 들깨 향, 사람도 그런 향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겉에 뿌린 향수가 아니라 품격을 갖춘 삶이 뿜어내는 향이 저절로 배어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길을 걸으면서 세상에 향기를 보내고, 흐뭇한 삶의 만족감이 세상에 좋은 기운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같은 시각 같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하늘, 눈이 가는 각도에 따라 흰구름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 된다. 지금 TV에서 '기억을 훔치는 병이 치매'라며 치매보험 광고가 나온다. 치매보험을 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평소에 운동을 하고, 두뇌도 깊은 사고를 하면 좋겠다.
나는 매일 산촌을 2 차례 걸으면서 두뇌도 운동을 시킨다. 한 곳에서도 매순간 다른 모습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세밀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즐긴다는 것은 두뇌가 그만큼 세밀하게 움직인다는 소리일 것이다. 사용하지 않아 녹이 슬어가는 두뇌가 아니라 늘 사용하는 윤이 나는 두뇌가 되는 것이 치매예방이라고 본다. 하지만 노화는 기억력이나 인지능력의 둔화를 가져온다고 본다. 그러한 사실은 그대로 인정한다.
오늘도 나는 나의 만족한 삶에 건배를 한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나홀로의 빨간 고추잠자리를 사진으로 찍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