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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16일 금요일 맑음
어제는 제법 더웠다. 하늘엔 흰 구름이 많았지만 하늘은 높고 햇살은 뜨거웠다. 호박과 여주를 썰어 말리고 있다. 그래야 할 것 같은 날씨였다. 해가지고 어스름이 어두움으로 변해가는 순간 하늘이 하루의 마감을 알리며 고마움이 가득한 날이었음도 알려준다.
어제 아침에 걷다가 너구리로 보이는 사체를 만났다. 죽은지 얼마 안 됐는지 살아있는 것 처럼 보였다. 왜 죽었을까? 안타깝다.
전에는 걷다보면 삵, 족제비, 멧돼지 가족, 고라니들을 자주 만났다. 그런데 요즈음은 도통 보이지가 않는다. 내 활동영역도 조금 줄긴 했다. 너구리는 자주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에도 만났었다.
어제 오후 걷다가 나비 같은 아이를 봤다. 이상하게 꼬리가 길고 나비문양과 같이 보여 쫓아갔다. 다행히 근처에 앉았다. 급히 서두르면 날아갈까 천천히 다가갔더니 2 마리의 나비가 교미를 하며 날았음을 알게 되었다.
작은 도랑을 작은 꽃을 피운 풀들로 가득 찼다. 이쯤이면 피는 독특한 풀로 알았었다. 그런데 내가 하나의 꽃으로 본 것은 여럿의 아주 작은 꽃이 함께 달린 꽃뭉치였다. 근 10 년이 되어서야 나는 그들의 정체를 조금은 알아차린 것이다. 나의 인지능력은 속도가 느리다. 일시에 많은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조금씩 알아차림을 넓혀간다. 모든 것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다.
집의 정원에는 요즈음이면 피어나는 친구가 꽃을 피웠다. 때에 맞추어서.
작은 꽃이 모여 화려함을 이루었다. 작은 꽃들이 뭉친 꽃송이. 이들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아주 작은 꽃들이 뭉친 꽃송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위의 풀꽃은 걸어다니면서 보면 작은 꽃은 보이지 않고 꽃뭉치도 작아서 하나의 꽃뭉치가 하나의 작은 꽃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몇 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하나의 꽃이 이제 제법 커서 꽃을 피워 기쁘게 한다. 내 년에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 그들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지금은 꽈리 사이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을뿐.
내 눈에는 요즈음 메뚜기들도 개체수가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사마귀들이 많이 나의 집 공간에 있었다. 초록색의 아이도, 몸 전체를 누렇게 바꾼 아이도, 또 몸의 반만 변한 아이도... 송장메뚜기도 방아깨비도 여치도...
어제 집 앞에서 사마귀를 만났고, 그저께 커다란 방아깨비도 만나 사진을 찍었다.
나는 대체로 전날의 일기를 쓰고 있다. 어제 나는 옥수수를 따서 쪄서 먹었고 남은 것은 오늘 아침으로 오븐에 살짝 구워 먹었다. 정말로 식물들은 씨가 땅 속에 들어가면 최선을 다해서 살아나가며 종족보존을 위한 결실을 맺는다. 내 손으로 무언가 작물에게 생존한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고 거기에서 얻어먹는 맛이 진짜 좋다. 고마운 땅과 자연의 모든 것들. 달래도 새로 태어나 무척 컸다. 마당에 나가면 먹거리가 흘러 넘친다. 풍성함과 함께 하니 이도 좋다. 고맙습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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