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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22일 목요일 맑음
어제 나는 집의 보일러실에 기름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넣었을 때 기름 가격이 23만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제 기름은 1드럼에 32만원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이제야 세상의 물가가 내 가까이 느껴졌다. 도통 사는 것이 없으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사람은 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들었을뿐인 이유와 똑같다. 실감나게 자신과 연결짓지를 못한다는 진리를 챙겼다.
어제 모처럼 면소재지에 있는 단골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1 시간을 걸어서. 식당에 거의 간 지점에 정미소가 있다. 새소리가 요란하게 들렸고 그들의 분주함이 느껴져 들여다 보았다. 엉성한 건물로 천정에 이리저리 틈이 많다. 말 그대로 방앗간 참새들이 재잘거리며 날았다. 사진을 찍었으나 내부의 엉성함은 보이나 새는 사진에 잡히지 않은 것 같다. 작은 참새들의 곳간, 그들은 어찌 그런 곳간을 찾아내 머물고 있을까.
낱알이 많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정미소에서 분주한 참새들은 걱정이 없을까? 식당에서 만난 노인네들은 배추값에 놀라고 있었다. 기름값에 놀란 나는 한 달 수입의 대부분을 연료비로 써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앞으로 우리네 삶이 어찌될까 걱정이 된다. 나의 공간은 거실의 난로에 장작을 때어야 한다. 작년에 장작 1톤에 25만원인가 했는데 올해는 얼마나 올랐을지. 겨우내 3톤을 쓴다면 가격이 오르지 않았어도 75만원이 든다. 보일러 기름은 3드럼을 쓰니 96만원. 함해 170만원이라는 돈, 내게는 거액이 들어가야 한다. ㅠ.ㅠ
식당에 가다가 길에서 가깝게 지내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나와 띠동갑으로 연세가 83세이다. 그녀의 키는 145cm가 되지 않는 작은 키이고, 지난 겨울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몸 움직임이 매우 불편하다. 아직도 매일 병원에 가야한다는 그녀는 읍내 아들 집으로 이사를 갔다. 하지만 매일 출근해 농사를 짓는다. 병원에 다녀 와야하는 그녀는 우리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는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약 30 분 정도를 걸어서 출근 중이었다. 시골의 할머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겸손해 진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나보다 선배인 여성들의 노고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나치게 많이 먹고, 계절에 따르지 않고 여름에도 실내에서 긴팔의 옷을 입고, 겨울에는 실내에서 반팔 반바지를 입고 살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계절을 따라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돈의 문제를 넘어 우리 터전인 지구와 인간 삶의 기본인 환경문제이니.
나는 월동준비로 고구마 1상자를 샀다. 반고구마를 2만원에. 산촌에 살기에 직접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나의 아침 먹거리가 되기도 하고 출출함을 채워주기도 하면서 내게 절제의 훈련을 시킬 고구마. 나는 고구마를 좋아한다. 하지만 넉넉히 먹으면 당수치가 올라간다. 항상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잡아채면서 내가 나를 훈련시킨다.
황금빛 논을 배경으로 해서 갈대가 피어나 나의 하루를 멋지게 장식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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