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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27일 화요일 맑음
오늘 아침 안개가 산촌에 가득 찼었다. 지금은 햇살이 좌악 산촌을 비치고 있다. 어제 그제 이틀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 했었기에 햇살이 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힌남노라는 태풍으로 비가 내리고는 전혀 비가 내리지 않아 나의 마당은 바싹 말랐다. 그럼에도 물을 주지 않으며 그들에게 견디라고 나는 요구를 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를 모르니 적응력을 강하게 키우라는 주문이다.
어제 오전 걷기를 나서니 논 하나가 비었다. 그들은 도로 옆에서 몸을 말리고 있다. 이제 한동안 일어날 변화의 모습이다.
평야지대에선 '저게 논이야' 할 정도로 귀엽게 작은 산촌의 논이다.
마당에서 풀을 뽑으며 나의 가을 꽃을 즐긴다. 아주 작은 분홍 꽃이 모여 큰 꽃덩어리가 된 친구들이 있다. 영양이 좋은 곳에 있는 아이들은 꽃덩어리가 매우 크고, 꽃밭에서 다른 아이들로 좀 치인 아이들은 작다. 크든 작든 그 꽃에는 누런 나비 몇 마리가 동시에 모여 바쁘다. 올해 나비가 귀했는데 그래도 지금 누런 얼룩무늬의 아이들이 자주 오니 반갑다.
풀을 제거하니 그 속에 작은 초롱꽃이 하나 피어있었다.
마당 빨래줄 너머에 커다란 거미줄이 있다. 여름이 갈 때쯤이면 이 거미들이 커다란 집을 짓고 있다. 그들은 단순한 거미줄이 아니라 복합건물을 짓듯이 되어 있다. 그가 처음엔 빨래줄에 두 가닥 거미줄을 연결했었기에 그것을 떼어냈더니 집을 높이 옮기고 복합 거미줄을 쳤다.
오늘 점심은 마을의 젊은 친구가 밥을 먹자고 해 단골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난데 없이 밥을 얻어먹으니 기분이 좋다. 밥값을 도통 안내던 친구가 삶에서 많은 여유를 찾은 것 같다. 먼저 전화해 밥을 먹자고 하니.
오후에 나선 산책길, 개울 건너 코스모스가 제법 화려하다. 코스모스가 피어난 것은 오래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이 그들의 철이라고 갑자기 화려해 진 듯하다. 여태 느끼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가을이 오면서 그들이 가을에는 다르게 핀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올해 나는 무엇인가 달라진 것 같다. 매일 보던 것들에서 다른 것들이 보이고 느껴진다.
집을 떠날 때는 여전히 하늘을 구름이 덮고 있었다. 반환점을 돌아 집으로 오는 길 해가 나오기 시작했고 하늘의 구름은 색다른 모습이 되었다.
빠르게 바뀌는 햇살과 구름들 함께 놀며 집에 돌아와 하루를 마감하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주변을 정리하는데 집 안으로 붉은 기운이 들어왔다. 나가보니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하루가 간다. 오늘도 즐겁고 재미있는 날이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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