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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7일 금요일 맑음
지금 나는 TV의 아침 뉴스 쇼를 보고 있다. 국회의원과 한동훈 장관의 질문과 답변은 개그맨들 저리가라 하며 진행하는 코메디 쇼로 보인다. 웃음을 잃어가는 우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재미있는 쇼를 하는 것인지...
집앞의 벼가 들어찼던 논이 오늘은 텅 비어 있다. 어제 수확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산촌의 논들이 들깨밭이 하나 둘 비어간다. 제법 쌀쌀해진 바람이 내는 쓸쓸한 분위기와 함께 산촌은 쓸쓸한 가을의 분위기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고 있다. 콤바인이 지나가면 알곡은 콤바인 속으로 들어가고 결실을 잃은 몸체는 논 바닥에 떨어진다.
콤바인이 논에서 작업을 할 때 따라붙는 차가 있다. 한 논을 끝냈거나 콤바인이 알곡으로 가득 차면 알곡 저장차에 알곡을 옮긴다. 논에서 작업이 끝나면, 우리 마을은 길에 논주인이 깔아논 차광막 위에 알곡을 쏟아낸다. 논주인은 알곡을 차광막 위에 고루 편다. 그리고 하루에 몇 차례 뒤집어 준다. 그렇게 이삼일 말린다.
위의 사진은 콤바인에서 알곡이 알곡저장차로 옮겨지는 모습이다.
어제 오후는 쓸쓸함을 잔뜩 풍기는 쌀쌀한 바람이 불었고, 낙엽도 뚝뚝 떨어져 가을의 상징인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쓸쓸하다'라는 것은 하나의 분위기를 일컫는 말이고 어떤 느낌이다. '쓸쓸하다'라는 것은 부정적인 말이 아니라 인간으로 느끼고 즐길 하나의 감정이다. 난 가을의 쓸쓸함이 좋다. 가을의 적막함도 좋다. 산촌의 해는 일찍 지고 어스름과 함께 적막한 쓸쓸함이 산촌에 가득 찬다.햇살에 빛나는 한낮의 산촌, 쓸쓸한 저녀 무렵의 적막, 어둠 그 자체인 산촌의 밤. 다른 느낌과 분위기로 사람을 즐겁게 한다. 도시에서는 가질 수 없는 짙은 어둠은 자기 자신만이 세상에 있음을 더욱 확실히 알게 한다.
개울의 단풍나무가 하나씩 단풍이 물들고 있다.
바위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일반 나무들 보다 빨리 단풍이 든다. 정말 사느라 수고한 친구들이다.
산다는 것은 그냥 사는 것일 뿐이다. 사는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공허와 좌절 고통 등. 그 모두는 우리네 성장을 위한 필수 영양소이다. 매순간 자신에게 베풀어지는 환경에 나는 감사하면서 적응하고 산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영양소를 흡수한다.
아침에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괜히 분주했다. 일기를 쓰다 빨래를 널러 나갔다가 일기를 쓰던 중임을 잊었다. 그래서 마당에서 이것 저것을 하고 오전 걷기도 이어서 했다. 그러다 무당출신 마을 언니의 호출로 단골식당에 가서 오후 5시까지 놀았다. 내가 논다는 것은 맥주를 홀짝이며 식당에서 베풀어주는 음식을 계속 먹는 것이다. 평소 단출한 식사를 하니 가끔 이렇게 다양하게 먹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1 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샤워까지 하고 빨래도 안으로 들여오고, 부엌의 정리도 잠깐 하니 어느덧 7시가 되어 간다.
이렇게 오늘도 간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거두고, 주변을 잠시 살피고, 잠시 놀면서. 오늘 집으로 걸어오면서 강태공의 기다림이 떠올랐다. 지금 나도 그처럼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그저 있다. 강태공이 곧은 낚시를 드리우고 기다림을 가졌듯이. 강태공의 부인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기다림이 그를 전설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나의 지인들도 나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노인네니 생명이 사그라드는 과정에 있다고만 여긴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른채 기다리고 있다. 그저 있는 존재가 되어감을 기다리는지, 다른 차원으로의 전환을 기다리는지, 육체를 벗을 날을 기다리는지. 하여튼 그저 존재하면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자연을 바라보며 세상과 점점 하나가 되어가니 그저 좋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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