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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12일 수요일
가을이 쌀쌀한 날씨와 함께 산촌에 깊이 들어온다. 낮이면 콤바인 소리가 계속 들리고, 대부분의 들깨는 수확이 되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도 들깨수확을 했다. 저절로 생겨난 들깨를 대체로 봄에 뽑았으나 마당 귀퉁이에 있는 아이들은 그녕 두었다. 그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주변의 꽃들을 감추더니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그들을 어제 뽑았다. 낫질을 못하니 제대로 뿌리째 뽑기도 하고, 뽑히지 않는 것은 전지가위로 잘라냈다.
산촌의 농군들이 하는 것을 열심히 보며 따라한다. 며칠 말려서 나도 들깨를 털어볼 것이다. 채반에서는 여주를 썰어 말리고 있다. 2 개를 따서 써니 채반 하나에 가득하다. 벌써 여주를 여러 개 따서 말리는 작업을 했다. 햇살에 말라가는 그들을 보며 흐뭇하다.
호박을 하나 커다랗게 키웠다. 더 두어서 익혀야 했는데 미리 땄다. 비를 맞다가 썩을까봐. 마루 귀퉁이에 벌꿀집을 만드는 나무통 위에 놓고 매일 흐뭇하게 감상을 한다.호박을 요새는 따놓고 밀려가며 먹는다. 스스로 키운 오이를 여름내 먹다가 가을이 오면서 호박을 매일 먹는다. 며칠에 한 번 그들이 자라는 곳을 찾으며 땅바닥을 보면 여전히 먹거리가 많다. 게으름으로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 그들에게 미안하다. 땅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많은 먹거리를 스스로 만들 수도 있고, 얻어먹을 수도 있다. 경이로운 일이다.
어제 마을의 저수지를 찾았다. 물에 나무들이 비치고 하늘도 나타나고 신비로움도 나타난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요한 가을의 저수지가 정감있게 다가왔다.
개울의 맑은 물도 주변을 담아낸다.
이제 산의 숲도, 집 마당의 나무들도 가득했던 것들을 많이 비워냈다. 그리고 매일 비우고 있고 그 공간을 쓸쓸함이 채워간다.
나의 오전 걷기는 개울의 상류쪽에서 한다. 개울 건너편 감나무가 깊어가는 가을을 알려준다. 길을 걸으면 사방에 있는 감나무들이 보인다. 짙게 변한 감, 누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서 잘다. 능력이 있으면 따 먹으면 될 것 같다.
며칠전 나는 마전에 있는 추어탕집에 가서 추어탕을 먹었다. 금산에서는 마전이 추어탕으로 유명하다. 식후에는 드라이브를 하다가 복수라는 곳에 있는 아르체마레 카페에 가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다. 이럴때는 자동차가 있는게 좋다. 내가 없으면 있는 사람과 관계하면 된다. 여호와의증인 신도이신 분이 내게 베풀어준 대접이었다. 그녀는 그 카페가 생긴지 오래된 곳이 아니라서 내가 모르리라 여기고 데리고 갔지만 나는 이미 지난 봄에 갔었던 곳이다. 그러고 보면 전혀 움직이는 것 같지 않지만 나도 은근히 다니는 곳이 많음을 다시 챙겼다. 그날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뭉게뭉게...
카페의 베란다에서 본 가을..
높은 하늘, 흰구름, 다채로운 단풍, 조화로움이 더욱 생각나는 가을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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