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3.10,11 비닐 하우스의 위험
노동은 힘들어
  17-01-14 12:47 관리자   

2014.3.10.

나는 걷기 운동을 나서다가, 동네 노인회관에 잠시 들렀다. 다리가 아픈 할머니는 늘 그곳에 계시는데 안 계시다. 산나물을 뜯으러 가셨단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가 나물을 뜯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 노인회관의 할머니들이 알려준 길을 따라 20여 분을 걸어 할머니를 찾았다. 전동차는 길에 세워 놓고, 한 논의 둑에서 나물을 채집하고 있는 그녀. 그래도 길이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전동차가 다닐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그녀와 나물을 뜯었다. 그 풀들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오직 아는 것은 냉이와 돌나물이란 이름 뿐이다. 한 곳에 다 넣으니 그 나물들은 할머니가 밤새 할일이 되어 줄 것이다. 그녀는 나물을 뜯는 것 보다 다듬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이곳 금산에서는 사람들이 '피곤하다' '힘들다' '고단하다'라는 뜻으로 '대근하다'라는 말을 쓴다. 참으로 그 할머니는 대근하게 사신다. 내가 더욱 늙었을 때 어떠한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반면 거울이 되어 나의 모습을 가다듬게 한다.

할머니는 습관적으로 봄이 오면 하는 일이란다. 아마도 그것은 자신이 여전한 모습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행위가 될 것이다. 존재가치를 느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나물을 캐다 장에 내다 팔며 생활에 보태던 습관, 지금은 살림이 넉넉해도 여전하다. 다른 소일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운전하시는데 위태롭기 짝이 없다. 전복의 가능성이 높다. 밭둑으로 차가 너무 나아가 박혀 차를 돌리는 것을 보니 바퀴가 들린다. 까딱하면 차가 넘어질 것 같다. 나중에 들으니 재작년 어느 날에 차가 전복되며 밭으로 차와 함께 떨어졌었다고 한다.

그 할머니가 나물을 채집하는 이유는 12일(수)이 장날이기 때문이다. 장에 내다 팔려고 며칠 나물을 해서 모으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쫓아 나는 장날 장에 가기로 했다. 이것도 산골생활에서 구사 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라 나는 여기기 때문이다.


2014. 3. 11

나는 어제 고추모를 비닐하우스에서 심는 일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곳에 데일리 메시지를 써서 올리고, 참으로 바쁜 아침이었다.

비닐 하우스는 지난 토요일에 한 비닐하우스의 바로 옆 동이었다. 7시40분 경에 시작된 일, 점점 발이 시려오다가 나는 두어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괴로웠다. 10시가 넘어 토할 것 같은 상항에 이르러 밖으로 뛰쳐나왔다.

내 생각에 밀폐된 공간이라 공기가 희박한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지난 번에는 못 느낀 현상이었다. 내가 파악한 것은 지난 비닐하우스는 입구가 조금 열려있었다. 하지만 이번 비닐하우스는 출입구가 완전 막혀 있고, 옆동의 입구를 통해 들어와 여러 겹의 비닐 커튼을 거쳐서 들어가는 곳이다. 그러니 공기 유입이 거의 없는 곳이 된다.

해가 뜨면서 비닐하우스를 좀 열어 줄 것을 요청했다. 조금은 살아나 일을 했다. 저녁 무렵이 다가오면서 비닐하우스는 그나마 열었던 곳을 닫았나 보다. 나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몸이 괴롭기 짝이 없는 상태가 되었고, 일은 시간을 넘어도 끝나지지 않았다. 한번 또 뛰쳐나와 심호흡을 하고 들어가 간신히 일을 마쳤다.

내가 괴로운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공기가 희박하다고 내가 아무리 주장해도 그들은 나를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볼 뿐이었다.

일을 끝내고 나오니 숨이 제대로 쉬어지고, 토할 것 같은 증상-연탄가스 중독 같은-도 바로 멎었다. 집에 오는 동안에 나는 정상적인 나로 진행되었다. 원인은 공기가 희박했음이 분명하다.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일이다. 그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어도 산소의 부족은 몸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에 대해 농촌에 경각심이 일깨워져야 한다.

내가 남이 하는 일이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이것도 자제를 해야겠다. 그래도 10 시간의 노동 후 집에 돌아와 아궁이에서 장작으로 불을 때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다. 몸은 점점 좋아진다. 예민한 나의 몸에 감사하다. 그리고 끝까지 일한 내게 치하를 하면서 보람된 나의 하루였음에 감사하다. 내게 올 수 있는 위험을 하나 알게되어 그것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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