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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15일 월요일 맑고 흐리기도
오늘은 산촌에 바람이 불어 그래도 시원하다. 고마운 일이다.
영화 테넷(TENET)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늘 제대로 봤다. 과거 현재 미래의 엉킴을 쫓으며 굳이 스토리를 이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인버전' '엔트로피' 등의 단어를 만나는 것으로도 기쁘다. 내가 획득한 메시지는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라는 것, 주도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라는 것,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인 요소, 세상을 보는 시각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 개념의 중요성 등을 알려주는 놀란 감독의 천재성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삶을 사는 자신이 자기 삶의 주도자'임을 많은 이들이 다시 챙겨들기 바란다. 자기 삶의 주도자로, 우리네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확장된 시각으로 보면서 사는 세상이기를 소망한다.
노인네의 삶이란 바쁜 속세를 벗어나 여유롭게 삶을 즐기는 것이라고 본다. 생존은 두려움이나 걱정거리가 아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자신이 살고자 하면 사는 것이다. 건강하고, 부유하고, 행복하고, 존귀한 존재로 자유롭게 살아서 좋다.
마을을 걸으면서 보니 빨간 고추를 씻어 건조기에 넣으려고 주욱 늘어 놨다. 고추를 놓는 쟁반 같은 것도 깨끗이 씻었다.
비에 흘러넘친 논에서 너온 개구리밥들이 도로에 예쁜 연두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몇년전에 없어진 작은 덩굴 풀이 있다. 빨간 작은 꽃을 피우고, 타고 올라갈 선을 만들어주면 선을 타고 오르면서 빨간 꽃을 피우던 친구들. 그들은 사라졌는데 전에 있던 곳 한 곳에 올해 자신을 드러냈다. 꽈리가 자라는 곳에 딱 하나가. 게을러서 꽈리와 어울려 자라라고 그냥 두었다. 지금 꽃 하나를 피우고 있다.
식물은 자신이 제대로 살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씨앗이 그냥 땅 속에서 자기만 하나보다. 딱 하나가 내년에는 가만히 두어도 여럿이 될 것이기에 기쁘다.
어제 오이 3 개를 땄다. 덩굴이 마구 엉켜 제대로 몸을 쭈욱 피지 못하고 열매가 컸나보다. 오이 하나가 몸의 반은 뚱뚱하게 살찌고 그 밑에 나머지 반이 꼬리처럼 붙어 있다.
하루를 보내며 어제 밤이 내려앉는 순간의 하늘이 다정하게 인사를 하는 듯...
오늘도 나홀로 재미있게 편안하게 산다. 아직 오후의 걷기는 하지 않았다. 이제 바람을 맞으며 산촌을 걷고, 운동을 하고, 밤이 내려오는 하늘을 볼 것이다. 그렇게 노인네는 행복하게 또 하루를 마감할 것이다. 고마운 세상, 고마운 삶에 고맙다. 모두가 그 고마움을 느끼기 바란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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