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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17일 수요일 흐리다가 맑다가
요즈음 날씨를 보니 '노아의 방주'가 실감으로 다가온다. 당시 왜 그리 비가 많이 올 수 있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요즈음 정치계 뉴스를 보니 많은 사자성어를 사용하여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신의 느낌이나 마음 등을 전한다. 정치계에 입문하려면 사자성어를 따로 공부해야 할 듯.
'走馬看山(주마간산)'이란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바라본다는 뜻의 사자성어. 바삐 사는 사람들이 바빠서 이것저것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이 대강대강 훑어보고 지난다. 달리는 말 위에서는 사물을 아무리 잘 살펴보려고 해도 순간순간 스치는 모습만 겨우 볼 수 있을 뿐이다. 말에서 내려서 천천히 보면 될 텐데, ‘몹시 바빠’라는 상황을 설정해놓고 말에서 내릴 수 있다는 생각마저 못하는 우리들이다. 바로 어리석었던 나의 삶이었다.
그래도 달리는 말 위에서나마 대강대강이라도 본 것이 있어 고맙다. 주마간산으로 봤던 것들을 기억해 내며, 이제는 걸으면서 찬찬히 또 세세하게 본다. 그런 디테일로 내 경험들을 세밀하게 모자이크하고 있다. 대충이나마 이해했던 것들을 이제 아주 상세하게 분석하고, 사람들과 세상도 미세하게 들여다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알아차린다. 이러한 것이 은퇴한 노인네가 할 일이라고 본다.
기쁘다. 세간을 떠난 노인네가 할 일을 제대로 찾아 실행하고 있으니. 그러한 삶으로 안내한 나의 삶에 고맙다.
사자성어가 쓰이는 것은 4 글자에 포함된 의미를 생략해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자성어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말에는 '함의(含意)'가 있다. 그것을 제대로 알아야 소통이 힘든 사회에서 그나마 소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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