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순간 쑥 산촌에 들어왔다. 벼가 익어간다. 메뚜기가 뛰고 고추잠자리가 낮게 날고 물잠자리가 매혹적인 까만 날개를 피고 난다.

올해는 나비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가 요즈음 갈색나비 누런 색의 나비가 날아든다. 말벌 조차도 거의 보이지가 않았다. 메뚜기류도 현저히 개체수가 줄었다. 걱정스러운 변화이다. 그래도 여기는 가끔 파랑새가 보이고 반딧불이도 보인다. 

불과 며칠 전에는 습기가 너무 많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런데 맑은 하늘과 산촌의 모든 것을 말리는 햇살에 나도 말린다. 

한 골짜기를 걸으니 어느덧 취꽃이 피었다. 나의 집에도 예초기로 이발을 시켜주지 않았으면 여기저기에서 취꽃이 피었을텐데.. 취의 꽃도 제법 이쁘지만 나는 부추의 꽃이 더욱 예쁘다. 

모두들 힘든 여름을 보내느라 수고했다. 계절이 바뀔때면 늘 느닷없이 갑자기 날씨가 바뀐다. 이제 이불을 바꾸었고, 창문을 꼭꼭 닫고 잔다. 

나의 영웅이 지금 또 병원에 있다. 우리 몸은 스스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나간다. 아픔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균형을 잃었어도 열심히 반듯하게 살아온 나의 영웅인 Y, 그는 살면서 자기만의 균형을 갖추었고 몸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았다. 조금은 편안하게 살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내가 그였다면 삶을 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살 수 없는 삶을 살아낸 그이기에 그는 나의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