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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29일 월요일 비
오늘은 종일 비가 조용하게 내리고 있다. 토 일요일 이틀간 높고 푸른 하늘에 바싹 말라가던 산촌이 다시 촉촉해지고 있다. 비가 와도 개울은 어찌 그리 맑은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며칠전 단골 식당에 가서 밥과 맥주를 마시고 왔다. 그런데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대각선 방향으로 빨간 꽃이 주욱 피어 있어 가봤다. 그들은 맨드라미이다. 나의 집 맨드라미와는 정반대 스타일의 맨드라미. 빨강 덩어리를 꽃으로 달고 있는 그들은 가까이에서 보니 예쁨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나의 집에 있는 맨드라미들은 나를 닮아서 날씬하다.
어제 마을의 저수지에 가봤다. 저수지에는 많은 부유물이 떠있어 지저분하게 보였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건만...
저수지 옆에 외지에서 몇 해 전에 땅을 사서 온 사람이 있다. 와서 사는 것은 아니고 가끔 오는 것 같다. 그들은 나름의 '파라다이스'를 저수지를 품은 곳에 만들려는 야심찬 의욕을 가진 것 같다. 자신의 땅 앞에 '파라다이스'라는 문패를 달았다. 그리고 콘테이너박스 몇 개를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몇 해가 흘렀다.
내게는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던 마을의 고즈넉함을 해친 흉물로 보인다. 저수지 초입까지만 가고 지저분함이 정리되기를 몇 년을 기다렸건만 더욱 지저분해진 것 같고, 개가 몇 마리 있는지 시끄럽게 짖으면서 산골의 고요함을 깼다.
가을이 온다고 살짝 나뭇잎의 색이 변하려고 한다.
집의 문에서 앞을 보니 비가 오면 신비감을 주는 산들이 보인다. 늘 신비감을 느끼며 살아서 좋다. 이렇게 오늘이 간다고 하늘이 말한다.
8월의 마지막 월요일이다. 그런데 매일 노는 나는 오늘도 일요일 같다. 한 친구가 보내준 선물인 돈가스를 저녁으로 일찍 오븐에 구워 먹었다. 요즈음 밀키트가 너무나 잘 나온다. 모처럼 내 입맛에 딱 맞는 돈가스를 먹고 난 지금 기분이 좋다. 맛있는 것 먹고 기분이 좋고, 조용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촌을 걸어서 또한 즐거웠다. 즐거움과 기쁨이 연속되는 삶이라 좋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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