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9월4일 일요일
어제낮에는 산촌에 바람이 좀 심하게 불었다. 밤에는 바람이 잦아들었고, 아침엔 조용히 비가 조금 내렸다.
지난 금요일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가을 햇살이 빛났다. 금산군 봉사단이 이미용, 치과진료, 치매검사, 농기계 수선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을에 왔다.
요즈음 인지기능이 약화된 것 같아 나는 치매검사를 하러 갔다. 마을회관 앞에는 보기드믈게 많은 차들이 서 있었고, 봉사요원도 마을 사람보다 어 많이 온듯했다. 화창한 날과 어울리는 따스한 현장이랄까. 치약과 칫솔도 하나씩 얻었다. 또 얻어진 파스는 마을 할머니에게 드렸다. 난 거의 파스를 쓸 일이 없어서.
얼마 전부터 산촌에는 예초기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다. 추석이 가까우니 묘소를 손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마을을 찾은 사람들도 꽤 있다.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이 산촌인 것 같다.
추석에 가족을 찾아가지 않거나 가족이 찾아오지 않는 독거노인을 '요보호대상자'라고 한단다. 그러면서 선물상자가 왔다.
'즐거운 명절 되세요'라니, 나는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없는 존재구만. 뜻은 즐거운 명절을 보내라는 말일테니 즐겁게... 하지만 난 항상 즐겁게 날을 보낸다.
상자에는 김, 마스크, 과자, 사탕, 복숭아캔, 햄, 게맛살 등이 들었다. 후원자들을 찾고, 물건을 받아 고르게 분배해 상자를 꾸미는 손길이 느껴지니 고마움이 넘친다. 그래 즐겁게 내게 보내진 선물을 나누면서 더욱 즐겁게 보내리라.
토요일 아침의 하늘과 흰구름, 파랑이 조금은 오묘하게 보이는 색이었다.
요즈음 대추가 지붕에 떨어져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가을이 내는 소리랄까.
가을이 깊어가는 맛이 난다.
개울에는 억새가 부채 모양의 꽃을 피우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적확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에 여전한 자연이라 여기며 고맙다. 그 여전함이 늘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
지금 곧 닥칠 태풍으로 모두가 긴장을 하고 있다.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대한다. 지난 물난리에 물이 휩쓴 서울의 지하 입주자들의 마음이 어떨까 애가 탄다. 사전에 보호시설로 이전되었으면 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
전체기사
71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