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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15일 금요일 맑음
오늘 아침 걷기를 위해 집을 나서니 안개가 자욱하니 산촌이 물 속에 잠긴 듯했다. 그러니 걷는 기분이 물 속을 걷는 듯. 그 많은 수증기층을 뚫고 해도 평소보다 늦게 출현했다.
오늘 아침 우유에 인스턴트 커피를 넣어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기 위해 넣다가 컵이 레인지 문과 부딪쳐 일부 커피가 쏟아졌다. 옆의 오븐에서는 빵이 다 구워졌지만 레인지와 그 주변을 닦느라 시간을 보냈다. 나의 부주의로 벌어진 실수의 현장은 시간을 뺏어 먹고, 커피도 뺏어 먹었다. 실수는 여러 마이너스 요소를 발생시키지만 덕분에 전자레인지 안의 접시를 모처럼 닦게 했다. 그리고 주변도 싸악 닦음으로써 청소 작업을 하게 함으로써 플러스 요소도 발생시켜 주었다.
아침을 먹고 점심에 먹을 밥을 하기 위해 전기밥솥 상태를 확인하다 내가 실수를 했으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며칠전 검은 콩을 불려 그것만으로 전기밥솥에 밥처럼 콩을 익혔다. 충분히 불린 콩이라고 나름 물을 조금 넣었다. 하지만 물을 아예 넣지 않아야 되눈 것이었나 보다. 전기밥솥 뒤의 흰 벽에 온통 검정이 튀었다. 밥솥 뒤에는 검은 물이 흥건했다. 그 범위들이 커서 밥솥이 올려진 작은 탁자도 앞으로 빼고 한참이란 시간을 들여 대청소를 했다.
실수는 삶에 굉장히 도움을 학습의 도구이다. 밥솥이 놓였던 주변을 모처럼 싸악 청소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콩을 익힐 때 물의 양이 어떠해야 하는지 지식도 갖게 되었다. 벽에 묻은 까만 물은 여러 차례 닦았지만 그 흔적은 남아 있다. 그 흔적은 나의 부족함을 늘 일깨우는 흔적이 될 것이다.
실수나 실패는 자신에게 깨우침을 내리는 삶의 중요한 도구이다. 그러한 학습도구가 필요한 것은 우리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열린 마음으로 늘 학습을 해야하는 존재, 바로 우리 인간이라고 본다.
자주 하는 실수들, 부족한 존재라는 일깨움에 늘 감사하며 나는 오늘도 산촌의 뜨거움을 즐긴다.
방 뒤 창문에서 보이는 꽃과 창문아래 방범용으로 던져놓은 나무가 내게는 멋진 모습으로 보인다. 하나의 작품으로 나를 즐겁게 한다.
뒷창문을 요새 늘 열고 잔다. 누군가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면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나는 홀로 살면서 창문을 열어놓는 것에 불안감을 가진 겁쟁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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