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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18일 월요일 비
지금 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개울이 말라가고, 농군들은 물걱정을 하고, 따라서 나도 비가 내리기를 기원했다. 언제부터 왔는지 모르겠다. 자다가 강한 빗소리가 들려 더욱 편안함으로 푸욱 잤다.
매일 풀을 뽑으며 나는 오로지 세상에 풀과 나만이 있는 듯 지냈다. 손과 작은 꽃삽으로 작은 풀들을 제거했다. 그런데 텃밭은 풀들이 어마어마해 오이가 달렸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그런데도 그곳을 정리하지 못하는 것은 거기를 손보려면 호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크게 움직이는 일은 나의 명상과 기도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마당 전체에 골고루 관심을 가지고 살피고 손을 봐야 하겠다. 하지만 몇 해째 그러지를 못한다. 내년에는 진일보한 자세로, 진일보한 나의 정원과 마당을 만들기를 기약해본다.
마당의 무궁화에는 이제 꽃이 여럿 피었다. 늘 장마와 함께 오는 무궁화꽃은 올해도 약속을 지켰다.
나의 꽃밭에 새로 입주한 특이한 꽃이 꽃을 피웠다. 이 꽃은 언뜻 보면 지금 집에 넘치는 흔한 꽃과 같은 모양으로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형태가 전혀 다른 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지인이 나의 흔한 꽃을 다 없애라며 준 꽃이다. 그녀는 특이한 꽃을 좋아하니 아마도 수입한 꽃인가. 내가 처음 본 꽃이다.
내게는 꽃이면 그냥 좋다. 흔한들 어떠랴. 내 마당의 여기저기에서 자신을 자랑하듯 우쭐거리는 해바라기를 닮은 꽃들은 오래 간다. 그리고 올해 처음 안 것은 일찍 싹이 난 아이들은 키가 크다. 뒤늦게 싹이 난 아이들은 키가 적당하다. 하지만 꽃들은 거의 동시에 피었다. 키가 큰 꽃은 내리는 비에 자신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줄기를 아래로 내려뜨리고 있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핀 꽃은 자신과 같은 종족에게 꽃을 피울 때가 왔음을 알리는 것이라 여겨진다. 사람도 나이는 같아도 키가 저마다 다르듯이...
지난 토요일에는 모처럼 단골식당에를 갔다. 집에 올 때는 식당 사장의 아들이 차로 데려다 주었다. 시원한 곳에 앉아서 먹고 마시며 장시간을 보내고, 반찬도 한 가지 싸오고, 먹고 남은 음식도 싸와서 어제 점심으로 먹었다. 이렇게 사는 것도 재미있다. 내가 모르는 삶의 방식과 생각들은 늘 들어도 신기하다. 못 먹어봤던 음식도 먹으며 경계를 허문다.
식당에 가는 길, 반 정도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버스정류장이 있다. 있던 버스정류장은 없어지고 날아갈듯 예쁜 정류장이 들어섰다. 사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호사로 보이기도 한다. 이용자가 거의 없고, 버스도 하루에 몇 차례 다니지 않으니...
요즈음 태양열을 이용해 버스정류장도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두우면 불도 밝히고, 추워지면 의자도 따끈해진다. 발전하는 인류임을 보여주는 작은 변화...
더위에 나를 맞추며 세계에서 슬금슬금 일어나는 심각한 변화의 징조들을 보며 담대함을 키우고, 나는 비를 시원하게 맞는 산촌을 즐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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