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7월19일 화요일
어제 종일 산촌에 비가 내렸다. 지금 개울은 굉음을 내며 흐른다. 산들은 자신들이 받아들인 물의 극히 일부를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고 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산이고 구름인가.
개울의 물 흐르는 소리가 산촌의 소리를 장악했다. 그 소리에 눌려 걷는데 개울에 연결되 숲이 무너져내릴 것 같다. 나를 향해 떨어지는 초록의 덩어리들...
깻잎 집하장에는 깻잎상자가 쌓여있다.
걷기를 나선 시점이라 깻잎이 다 나온 상태는 아니다. 8시 가까이에 특장차가 와서 싣는다. 그 즈음에 나머지 깻잎들이 온다. 걷기를 마쳐갈 즈음 사람들이 와있다. "아니, 어제 그 비에도 일을 했어요"라고 물으니 다들 그렇다며 내 팔자가 제일 좋단다. 그래 내가 제일 팔자가 좋다. 굳이 돈을 쓰지 않으면 돈벌이도 놓을 수가 있다. 내려 놓으면 이렇게 편하구만... 다들 편히 사세요....
집에 들어서려는데 나리꽃과 전부터 문 옆에 피고 있는 꽃들에 매달린 물방울들이 내겐 신선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태어나 알아서 나를 기쁘게 할 자세를 잡고 늘 나를 즐겁게 해주니 고맙다.
어제 비가 쉴 때를 기다리다 쉬지를 않아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걷기를 했다. 걷는 내리 비가 다채롭게 내렸다. 부드러울 때도, 세찰 때도, 크레센도, 디크라센도, 불규칙하게 진행되며 비를 맞는 생명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아름다운 산촌, 산촌이 품은 생명체들, 빗줄기가 그들을 자극하며 물을 먹여주었다. 물에 굶주렸던 생명들에게 넉넉하게 제공된 물, 그들이 연출하는 아름다움, 고맙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도시를 떠나고 세상살이를 떠나 별천지에서 오롯이 즐기니 고마운 나의 삶이다.
세상이여, 나의 삶이여, 고맙습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
전체기사
71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