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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23일 토요일 흐리고 살짝 비도
오늘은 3 시간이나 땀을 뚝뚝 흘리며 텃밭의 풀을 낫으로 좀 베어내고 감자를 캤다. 그리고 오이 2 개와 가지 2 개를 땄다. 풋고추는 달랑 1 개를 따고, 방울 토마토는 십여 개를 땄다. 그리고 여러 방울토마토가 물러 떨어져 있었다. 치커리가 저절로 나서 먹지를 않으니 꽃까지 피웠으나 비가 오는 사이 그들은 사라졌고, 그래도 하나의 치커리가 자라고 있어 잎을 조금 땄다.
이제 오이가 달리면 어느 정도 보이게는 됐다. 감자를 남보다 1 달은 늦게 심어 지금 캤다. 먹다 남은 감자가 부엌 상자에서 엄청나게 싹을 내고 키를 키우고 있었다. 쪼그라진 아이들을 심었는데 그래도 감자가 새로 나긴 났다. 나는 텃밭에서 소꿉장난을 하고 있다.
점심으로 감자와 계란을 쪘다. 아침에 먹고 남은 오이 반 개와 작은 감자들과 계란으로 점심을 먹었다. 내가 키운 아이들로 밥을 먹는다는 기쁨... 오늘 저녁은 마을회관에서 삼계탕을 마을 모두가 먹는단다. 그래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낫을 든 김에 점심을 먹고 나가 여기저기 또 풀을 뽑고 낫질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붉은 상사화가 꽃대를 쭈욱 올려 신비한 예쁨으로 우쭐댄다. 싱싱하고 도도한 모습..
이 상사화가 나온 곳은 꽃밭 옆이다. 이 아이는 꽃밭의 풀을 피해 탈출에 성공한 것 같다. 꽃밭 그들의 영역에는 풀이 가득 나 있어서 일단 그곳의 풀은 제거했으나 그들이 살던 위치가 어디인지 제대로 모르겠다.
어제 오후 걷다가 메꽃을 만났다. 요즈음은 이 산촌에서 메꽃들이 잘 눈에 띄지를 않는다. 나의 집에도 있었는데 풀들에 질식사를 한 것 같다.
메꽃을 처음 본 도시 사람들은 대체로 나팔꽃이라고 한다. 꽃이 나팔꽃과 비슷하나 잎은 전혀 다르다. 분위기도 다르다. 메꽃은 우아한 모습이고, 생존능력이나 번식력이 약한 것 같다,
백도라지 꽃이 예쁘다. 그들은 꼭 종이로 접은 꽃 같은 모양이다.
식물들의 다채로운 꽃, 그 꽃을 만드는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내야 할 꽃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만든다. 그런데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느 순간 알아차리고 그렇게 되려고 해도 또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정체를 잃어버린다. 정보를 마음에 제대로 각인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건방지다. 자신에게 꼭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어도 가볍게 넘겨 버린다.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못하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제대로 만들어간 사람 즉,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한다. 글을 읽고 또 읽어야 제대로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해하고 그것을 마음판에 새기고 새겨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다. 자신이 좋은 글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인생이란 여정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조금 앞으로 진전 했다가도 또 뒷걸음을 친다.
나는 매일 씨나락을 까먹으면서 고소함을 즐긴다. 내가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 난 그런 내가 대견하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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