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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23일 월요일 맑음
오늘도 뜨거운 날이 될 것 같다. 건조한 공기, 내려쬐는 햇살, 강한 바람, 요즘 이런 상태에서 한낮은 여름 같다. 산촌을 걸으면서 건조한 바람을 맞는다. 자동차가 지나면 흙먼지가 일어난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떠오른다. 비소식이 없이 날이가니 개울물은 거의 사라져 간다. 이러다가 농사가 어찌 될런지...ㅠㅠ
요즈음 산촌에는 백로와 왜가리가 자주 온다. 그들은 가끔 같이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왜가리는 거의 혼자 다닌다. 그도 나처럼 나홀로의 가쁜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봄이 오면서 일찍 꽃을 피웠던 복수초의 잎은 완전 사라졌다. 봄이라 알리며 건강과 씩씩함을 전하던 노란 상사초 잎도, 붉은 색의 상사초 잎도 거의 사라져 간다. 달래도 어린 친구들은 사라지고, 꽃을 피우는 아이들만 꽃대를 높이 세우고 꽃을 피운다. 이렇게 봄이 간다,
꽃이 피고 지고, 세월이 흐른다. 식물은 자신을 세상에 맡기고 산다. 세상이 자신을 해칠 마음이 있다는 불안감이 없는 것이다. '선의의 조직망' 속의 존재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성숙한 사람들은 세상을 모르고 까분다. 어쩌다 인간은 타인과 비교하며 살게 되었을까. '선의의 조직망'을 의식 하면 사람은 자신을 성숙시키는 일에 집중 할텐데...
지금 대통령 부인이 된 김건희여사가 취임식날 멋쟁이로 나타났었다. 한국의 영부인 사상 처음 멋을 제대로 멋을 부릴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 기뻤다. 김정숙 전대통령 부인의 알록달록 보석들로 만들어진 호랑이 브롯찌 착용. 그것은 자신이 브롯찌를 홍보하는 전시대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그녀에게서 아름다운 그녀가 보이지 않고, 호랑이 브롯찌만 보이니 말이다. 멋을 모르는 사람으로 이름이 난 디자이너의 옷을 입으면 멋있다는 생각, 이도 미성숙함이다. 아직 소유의 결핍감을 벗어내지 못한 모습이라고 본다.
요즘 세상 구경을 TV로 한다. 요상한 생각으로 자신의 세상을 요상하게 만드는 인간들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매일 재확인한다. 구경하는 삶, 재미있다. 찔레꽃이 산촌의 여기저기에서 이제 져간다. 꽃이 질 때 추레해진다. 하지만 숨겨진듯 개울쪽으로 숨어서 핀 찔레꽃은 깨끗한 모습으로 웃어주니 기쁘다. 계속 다른 모습을 보이며 흐르는 길섶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이다.
길을 걷다 만난 난생 처음 본 생명체. 신기하다. 재는 누구일까... 이래서 매일 길을 걷는 것이 재미있다.
마을의 논 대부분이 모내기를 마쳐간다. 오후 햇살에 모내기다 된 논이 빛을 내고 있다. 나름 멋이 넘친다.
나의 작약 중 집 뒤 구석에 있는 친구들이 꽃봉오리를 여럿 맺었고 그중 하나는 활짝 폈다. 다른 곳에는 진작 활짝 폈지만 산촌 나의 집에는 모든 것이 느리다. 그래도 꽃이 피고 지면서 다양함이 흐른다. 나무수국의 꽃이 이제 꽃을 날려 꽃밭은 흰 꽃이 가득 핀 것 같기도 하다.
이래도 멋있고 저래도 재미있는 산촌이다. 늘 변화하는 산촌의 모습, 같은 것 같으면서도 늘 같지 않다. 생명이 흐르는 산촌의 모든 생명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비이다. 비야 내려주라. 이상기후로 모두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며 생활태도와 자세를 바꾸고 있다. 비야 내려라.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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