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8일 수요일 흐렸다 맑았다 계속 변화
어제 오전 부터 저녁 무렵까지 계속 비가 왔다. 기대하지 못했던 비가 내리니 그저 감격할 뿐. 비가 곧 멈추려니 하고 걷기를 미루다가 결국 매일하는 걷기를 하지 못했다. 대신 '라이언'이란 영화, 감동적인 실화를 영화화한 것을 재미있게 봤다.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만났고, 마침 맞게 시작 부분이어서 보게 되었다. 팝콘 하나 튀겨서 들고 편안하게 비소리를 들으면서 보는 영화...미리 계획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사니 재미가 있다.
5월 초에 흔하디 흔한 풀을 뽑다가 그의 이름을 알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름 자체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이름을 기억해 내는데 한 달이 걸려 지난 주에 생각이 났다. '환삼덩굴'이라는 이름이.
오늘 아침 걷다가 매해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특이한 꽃을 봤다. 다른 풀보다 뒤늦게 잎을 내고 빠른 속도로 자라 이제 꽃을 피웠다. 그들은 동그랗게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열매를 맺는다. 잎이 매우 명료한 모습이라 무엇인가 힘이 느껴지는 식물이다.
요즈음 왜가리가 여러 마리 동시에 마을에 놀러온다. 며칠 전에는 작은 파랑새 2 마리를 봤다. 그들이 보이지 않아 매우 궁금했는데 여전히 이 산촌에 살고 있나보다. 그리고 오늘은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는 듯한 소리를 내는 새가 여기저기에서 소리를 낸다. 개구리인지 모르지만 이를 "드드득 드드득" 가는 듯한 소리를 낸다. 작은 개구리들, 내 새끼손톱 크기만한 아이들이 펄쩍 뛰어다닌다.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아이들이다. 비가 온 뒤 감사하는 산촌의 모습과 소리들이다.
집 앞 시멘트 틈 사이에 난 풀도 비를 맞아 쑤욱 자랐다. 틈이 있어 비가 그 틈으로 흘러들어 비를 맞고 기쁜 아이의 모습이다. 그도 비에 감사하는 마음을 자신의 성장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장작을 쌓는 헛간 시멘트에 아기똥풀이 생겨났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제대로 자라지를 못하고, 시들하더니 비를 맞고는 작은 몸이지만 꽃을 피웠다.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정말로 수고했다고. 최악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실현시켰다.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의무라 여긴 일에만 집중해서 쏟았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만난 빗물이라는 선물에 감격해서 시들한 잎을 싱싱하게 만들고 꽃을 다 피웠다.
단비를 맞은 산촌의 생명들은 지금 지극히 행복하다. 제대로 자라지 못하던 채송화도 여기저기에서 며칠 사이에 자신을 키우고 있다. 모두들 감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