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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7일 토요일 흐림
모처럼 오늘 날이 흐렸다. 비라도 왔으면 좋으련만 비는 오지 않는다고 한다.
어제는 마을회관에서 어버이날 행사가 있었다. 모여서 음식을 하고 같이 식사하고, 흥이 많은 일부는 노래방 기계를 키고 노래까지 뽑고. 참으로 우리네들은 흥이 많다. 나를 포함한 몇 명은 모든 정리가 끝난 후에 읍내 까지 진출해 잠시 놀다 왔다. 끼를 누르고 사는 사람도 있고, 아픔을 누르고 사는 사람도 있고, 그것을 술김에 노출하는 사람들. 코로나로 몇 해만에 모인 마을 사람들, 서로 근황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행사에서 남은 음식은 다 싸서 나누어 들고 갔다. 남은 밥도 가져와 지금 그것으로 누룽지를 만드는 중이다. 난 나물 3 가지를 들고 왔으니 점심으로 솥나물비빔밥을 해서 먹을 예정이다. 이렇게 오늘도 한 끼를 해결한다.
내가 봉사를 받고 있는 곳에서는 어버이날 선물로 카네이션 화분도 주고 선물 한 상자를 주었다. 선물 상자는 서비스 대상자에게 다 주지는 못하고 자손이 제일 찾아오지 않는 두 사람을 선정해 준다며 내게 선물을 주었다. 상자에는 세수비누, 치약, 칫솔, 국수, 건강식품, 비닐봉투, 김, 1회용 비닐장갑 곰탕 등이 들었다. 아마 후원을 받아서 나누어 담은 것 같다. 내가 이런 선물을 받기엔 현재로선 젊은 것 같아 미안하다.
이삭이 패인 보리밭, 겨울을 지나 지금 수고의 결실을 마련한 그들은 보는 것은 내겐 감동이다.
보리를 보니 예전에 알던 보릿고개 생각이 난다. 나야 서울에서 자라나 모르지만, 지금의 사람들도 모르지만 예전에는 보리를 수확하기 전 곡식이 없어 쑥을 캐고 나물을 뜯어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늘 쑥을 끓여 먹었던 아이가 쓰러지면서 하늘이 쑥색으로 변하는 것을 묘사한 소설을 보면서 놀랐던 경험이 있다. 그 작가도 오래 기억을 했었지만 내 나이 70을 넘어서니 그 작가도 그때의 충격도 희미해져 간다. 우리 모두가 잘 먹고 산다는 사실에 정말로 감사하다.
나의 움직임 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식물들을 보면 경이롭다. 경이로운 성장으로 게으른 나를 일으켜 조금씩이나마 움직이게 하니 이도 고마운 일이다. 이제 밖에 나가서 걷고자 한다. 내가 삶을 마감할 그날까지 내게 소일거리를 제공할 아름다운 자연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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