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10일 화요일 낮

내가 기르는 아욱은 옅은 보라색이 독특한 꽃을 피웠다. 아욱국 한 번 끓여 먹지 못하고, 아욱은 꽃을 피웠고, 시금치도 한 번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그들도 진즉에 꽃을 피웠다. 달래도 꽃을 달고 있다. 이들은 밭 하나를 나누어 심었다. 그 앞에 주욱 나무가 있어서 그늘이 지는 밭이다. 그 옆의 밭에 들깨를 뿌렸으나 거의 싹이 나지를 않았고, 싹이 나더래도 잎이 잔뜩 오그라져 나를 언망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초짜 농부인 나의 실수를 나무라는 농작물도 있으나 들깨 밭 옆의 2 고랑에심은 감자는 잎이 아주 실하게 났었다. 그래서 마음을 턱 놓고, 거의 돌보지를 않았던 감자 고랑. 어제도 오늘도 계속 풀을 뽑고 있으면서, 내게 응급상황이라 인식된 밭의 풀을 나는 먼저 뽑았다. 그러다 오늘은 감자 고랑의 풀을 뽑았다. 어제 보니 감자잎이 지나치게 벌레에 먹혔고, 누렇게 죽어가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풀을 뽑으며 자세히 살피니 감자농사를 망칠 정도이다. 무엇이 참혹하게 감자잎을 먹었을까 들여다 보니 작고 노란색의 벌레들이 잎 뒤에 붙어 있다. 손으로 벌레 사냥에 나섰다. 잎 하나하나를 뒤집어 벌레를 눌러 죽였다. 그리고 또 그들을 괴롭히던 풀도 뽑았다. 무려 2 시간에 걸친 작업이었으나 한 고랑밖에 못했다. 아직 한 고랑이 남았다.

그들의 상황이 아무리 급해 보여도 내 배가 꼬르륵 거리니 이를 먼저 해결하러 집에 들어와 밥을 먹었다. 지금은 포만감에 몸은 풀어지고 눈꺼풀은 자꾸 아래로 내려온다. 우유를 데워 따끈한 커피 한 잔 즐기는 나는 지금 밭으로 나가기가 싫다. 게으른 나로서 낮잠을 푹 자고 싶다.

내 집의 완충공간에 지금 나비 여럿이 날아다닌다. 잠시 문을 열어 놓은 사이에 문 앞에서 놀던 나비들이 완충공간에 들어와 미처 나가지를 못했다. 나가라고 문을 열어 놓으니 나가기는 커녕 나비가 더 들어왔다. 그전에 들어온 호랑나비는 어제 그제 내 보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보내 주지를 못했다. 잡아서 밖에 내 놓으려는 수고도 했으나 그는 내 손에 잡혀지지도 않았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보니 그는 죽어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스스로 나가려고 비닐 벽에서 무수히 날개짓을 했던 그는 탈출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매우 안타깝다.

우리네 인간사도 그러할 것이다. 아차 하는 사이 어딘가에 빠지면, 냉철함으로 출구를 찾거나 방안을 잘 찾지 못한다. 자신이 출구라 생각하는 곳만이 자신의 생로(生路)라 여기고 비닐벽에다 대고 날개짓만 했던 나비처럼 하는 것은 아닌지...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요히 주변을 관망하는 것이 에너지를 아끼며 생로(生路)를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흐릿하던 밖이 이제 환하게 빛난다. 구름이 사라지고 태양이 작열하는 뜨거운 날이 되었다. 게으름 피우기를 원하던 내게 태양이 낮잠을 자라고 하는 것이리라. 고단한 풀뽑기에서 잠시 나를 놓아준 것이다. ㅋㅋㅋ...

감자들이 기운을 차려주었으면... 그들의 고단함을 제거하기 위하여 내가 고단하게 풀을 뽑고 벌레를 죽이니 말이다. 상황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자신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살기 마련이다. 감자야, 우리 살자, 어떤 상황에서도...

농작물에 들러붙어 자신을 키우는 일에만 열심인 벌레들아 독식은 결과적으로 모두의 몰락을 가져온다. 적당히 자신을 키우고, 종족 보존에도 절제를 한다면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모든 생명체는 절제함으로써 균형과 조화를 꾀하는 것, 삶의 기본 원칙이라 본다. 우리는 하나이다.

201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