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산골 생활을 하면서 나는 난생 처음 하는 일이 많다.

난생 처음 산에서 더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게 되었고, 더덕을 캐어 잎과 줄기와 함께 먹었다. 더덕을 알아보니 밭에 있는 더덕도 비로소 알아보게 되었다. 더덕꽃도 난생 처음 보았다. 마치 미색 색종이로 접은 꽃같이 재미있게 생겼다.

난생 처음 나무두릅을 내 손으로 직접 따서 먹었다. 그동안 먹던 것은 나무두릅이고  땅두릅이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사는 금산이 땅두릅으로 유명함도 알게 되었다.

옻순으로 부침개를 만든다는 것을 알았고, 난생 처음 옻순 부침개와 옻순 장아찌를 먹었다.

난생 처음 옥수수, 감자 등을 심고 키웠다. 강낭콩을 키워 열매를 따고 깝질을 까 냉동칸에 넣어두고 오늘 점심 밥을 할 때 마지막 강낭콩을 넣었다. 콩이란 것을 난생 처음 키우고 열매를 따고 마을의 두 집에 선물도 했다.

난생 처음 넘치는 토마토를 지금 따고 있다. 냉동칸에도 저장하고, 토마토 소스도 만들고, 오늘은 야채스프를 만들며 방울 토마토를 많이 넣었다. 토마토를 키우는 것은 양평에서 한 번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잘 자라주지를 않았다. 지금 사는 집의 밭은 땅이 좋은 것 같다. 알아서 잘 크고 열매를 맺으나 게으른 내가 잘 따지를 못한다.

난생 처음 나는 강낭콩 외에 서리태, 동부, 울타리콩, 땅콩을 키우고 있다. 고구마도 난생 처음 심었고, 토란도 난생 처음 심었다. 잎은 콩잎과 고구마잎이 맛이 있나보다. 고라니가 와서 그들의 잎만을 먹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내가 키운 오이, 참외, 수박을 먹었다. 호박은 작년에도 심어봤다. 올해도 심었으나 아직 호박이 열리지 않아 먹지는 못했다.

난생 처음 산속 장뇌삼밭을 보았고, 103세 할머니를 보았다. 제대로 산골의 사람들을 난생 처음 만났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를 만났다.

난생 처음 나는 두더지를 보았고, 방에 나타난 두더지 새끼를 잡아 밖에 내다 버렸다.

난생 처음 장작을 때고, 톱질도 하고, 도끼질도 해봤다. 첫 도끼질로 장작에 도끼를 집어 넣었으나 나무는 쪼개지지도 않았고, 도끼는 나무에 박혀 내 힘으론 뺄 수도 없는 상태로 팽개쳤다.

난생 처음 예쁜 새들의 소리를 다양하게 들으며 산에 싸여 사는 기쁨을 누린다. 난생 처음 건강한 숲의 품에 안겨 사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한다.

난생 처음 하는 일이 많으니 삶이 활발하게 느껴진다. 배울 것이 많으니 두뇌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난생 처음 하는 일, 만나는 것들로 어떤 것이 또 나타날지 자못 흥미롭다.

난생 처음...

201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