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모처럼 서울에 갔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오전 10시에 이미 나는 서울에 있었다. 7 개월만에 만난 서울, 반가웠다. 어두 컴컴한 날, 그래도 서울은 화려하고 복잡하다. 길을 찾기가 재빠를 수가 없었다. 어리버리 하면서 인사동의 목적지를 찾았고, 친구를 만났고, 줄을 서서 먹는 음식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만두국을 먹었다.

텅 빈 내가 사는 지역 읍내의 음식점과 나의 마을 길, 인사동의 사람이 버글거리는 식당과 길거리. 나는 마치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가 된 듯 했다.

모처럼 이대에서 연대로 연결되는 길, 신촌의 모 백화점 등을 다니며 낯이 너무 설었다. 마포와 공덕동 등지를 다니며 젊은이들을 봤다. 단아하고 단정한 운동화 차림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예상 밖으로 높은 굽의 신발 보다는 여자들의 운동화 차림, 내가 신은 편한 운동화, 편리함을 추구하는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모처럼 먹은 랍스터와 내 입을 만족시킨 음식들, 편안한 분위기의 이탤리 식당, 새롭게 마련한 나의 서을 거처. 나무가 아닌 빌딩 숲을 내려다 보는 느낌, 낯 익은 느낌들로 기분이 좋았다.

서울에 오면 전에는 이 사람 저 사람 바삐 만났으나 이제는 그것도 던져 버려 한가로이 서울을 즐겼다. 그것도 강남이 아닌 곳에서. 그래도 내 집의 조촐함과 단순함이 생각난다. 예전에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집의 기본. 커튼도, 가구도, 소파 등으로 채워진 집에 앉아서 그런 것이 하나도 없는 나의 집이 그리웠다. 장식장을 채운 소품들과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내 정원의 꽃을 생각케 했다.

이리저리 서울에서 3일을 놀고, 내리 다양한 밥을 사 먹고, 놀면서 나의 집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어제 저녁 드디어 만난 나의 집, 초라함과 낙엽의 화려함으로 나를 맞는다. 공기의 차이가 느껴진다. 온도와 공기의 맑음이 서울과 확연히 다르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며, 나의 삶에 고마웠다. 특히나 깊은 내 정원의 가을. 가을의 중심에 있는 내 집의 단출함. 단출해도 다양한 삶을 연출하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집의 실내를 장식 하지 않아도 삶이 알차다는 사실을 알게하는 삶에 고맙다. 소유의 부담이 삶을 지치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사는 삶에 고맙다.

그런 지금 쌀쌀한 바람이 찬란한 태양 아래에서 분다.

201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