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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즈음 노래기라는 벌레의 사냥군이 되었다. 하루에 십여 마리를 보이는 족족 무차별하게 죽인다.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면서 살생을 한다. 그들이 주는 느낌은 지저분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들은 빈약하고 지저분하다는 인식을 사람에게 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편안한 삶을 위해 그들을 죽인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다가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마당에서 풀을 뽑을 때 노래기를 자주 만났다. 그러더니 집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도 기어 다닌다. 간혹 부엌에도 나타나 기분을 찝찝하게 한다. 처음엔 그들이 누구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 '노래기'라는 단어가 떠올라 찾아보니 그들이 노래기이다. 그런데 냄새가 나는 벌레라는 기억이 나는데 요즈음 만나는 애들은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늙어 후각이 제대로 아닌지, 그들이 변했는지 모른다.
노래기는 잡으려다 놓치면 그들은 몸을 동그랗게 만다. 그리고 한 마리를 잡고 보면 두 마리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아마 교미 중이었나 보다. 둘이 하나가 되어 이동하는 그들을 잡아 죽이면 이도 기분이 찝찝하다. 그러다 이제 아기들이 태어났는지 아주 작은 노래기들이 다닌다. 어쩌다 매우 큰 노래기가 나타난다. 그는 오래 살았나보다. 징그러워 손으로 잡지는 못하고, 화장실 청소용 솔로 때려 그를 솔사이에 끼우고 변기에 털어버린다. 내가 휴지를 들고 손으로 잡은 아이들도 모두 변기에 넣어 물을 내린다.
무차별 살생을 하니 요즈음 무서운 범죄들이 떠오른다. 생각할 수 없는 관계에서 살인도 일어난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단어들이 쉽게 보인다. 이것은 그런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여겨진다. 거기에다 통신망의 발달로 쉽게 사건이 노출되기 때문이리라.
나의 노래기 살생도 노래기 입장에서 보면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이리라.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내게 위해를 가하는 것도 없음에도 보이기만 하면 죽이니 말이다. 거기에다 풀들도 뽑거나 잘라 죽이니 그야말로 살생을 즐기는 괴물로 보일 것이다. 종족간 영역이 정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내가 침범해온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살생이 주는 끔찍한 느낌, 그런데 인간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니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다.
요즘 드라마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소시오패스(sociopath)를 다룬 것이 많아 보인다. 이기적인 성향을 들어내거나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하는 정도를 넘어선 사람이 사회에서 일으키는 문제들. 그들은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 가며 목표를 성취하려 들고, 자신의 힘을 키우고 휘두르면서 사람들에 위해를 가하는 일에 망서림이 없다. 그러한 소시오패스로 인한 상처, 끊임없는 다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막무가내 행패와 범죄. 그들은 양심의 가책이 없고, 누구나 다 그렇게 산다고 안다. 단지 자신이 더 유능해서 보통 사람들을 이기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일상생활을 하면서, 또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도 소시오패스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공감능력도 없고, 오로지 자신만이 세상에 있다. 가까운 사이에 요구되는 배려라는 것 자체가 없다. 그래도 보통 그런 사람을 이기적이라거나,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거나, 배려가 부족하다거나 하면서 계속해서 상처를 받고 피해를 보면서도 상대를 이해하려 든다. 사람은 보통 이렇게 너그럽다. 또한 자신을 기준으로 해서 상대를 이해하려 든다. 오호애재이다.
우리 인간은 아주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진화를 계속해 왔다. 식인종도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다 정신과 마음 등 인간의 느낌 등의 비중이 점점 커졌을 것이다. 양보를 해도 자신의 생존이 확보됨을 알게도 되고, 서로 도우면서 기쁨도 느끼는 경험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막무가내 생존의 불안을 넘어섰을 것이다. 살면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은 살면서 세상과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구나 다 똑같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런 사실을 기준으로 잡고 살면서 누구나 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함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렇게 인류는 진화하면서 여러 경계를 넘어 왔다. 이제 생존지향적인 삶 너머에서 삶을 즐기는 시대를 맞았다.
그런데 아직도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고, 자신의 욕구실현을 위해 사회와 사람을 속이는 소시오패스는 남아 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타고난 장애라니 이를 어쩔 것인가.
인류 모두가 자신이 행복한 존재임을 알아차리고,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행복한 존재임을 인정하면 행복한 것들이 눈에 속속 들어온다. 그 기쁨을 감사로 누리기를 소망한다. 부족함을 인정하면 학습할 기회를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존재의 완성으로 나아가게 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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