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은 대체로 인기가 없다. 대부분의 현실적인 사람들은 나의 글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정도로 여긴다. 되새겨 보며 이해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삶에서 소유개념을 넘어선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들은 가끔 나의 글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간의 사람들은 물질사회, 소유의 개념으로 사는 사회에서 살기에 '그 무엇'인가를 찾아도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며 산다. 모호한 경계가 명료한 경계로 보이면 절로 그 경계를 넘게 된다. 경계를 넘어가도 몸에 밴 생각과 습관이 자꾸 뒤돌아 보게 한다. 경계를 넘어 길을 많이 가면서, 자신과 하나 되었던 생각과 습관이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새로운 공간은 새로운 생활방법을 요구한다. 새로움은 호기심을 자극해 눈을 반짝이게 한다. 삶을 재미있게 여기게 한다.
기존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많은 시간과 여유로움 속에 앉아있는 자신임을 알게 된다. 산촌의 나이를 많이 잡숫고도 돈 버는 일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그일에서 놓여난 기쁨을 누린다. 제일 사람들을 짓누르는 생각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힘든 과제를 넘어선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좁게 국한된 시야의 삶을 넘어서야 가능하다.
대체로 사람들은 먹고 살려고 돈을 번다.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을 하며 산다는 말이다. 자신의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한 것도 당연히 그에 포함된다. 그러다 우리는 이제 삶의 수준이 올라섰다. '먹고 산다'는 것은 잘 먹고 멋있게 산다는 것으로 바뀐, 욕구수준이 상향 발전한 것이다. 그러다 멋진 음식을 먹고, 멋진 옷을 입고, 멋져 보이는 사람들과 사귀고, 멋진 공간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삶이 자신의 안전을 책임진다고 느낀다.
안전하다는 것, 그것은 자신이 누리는 삶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안전지대에 자신은 힘들여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스펙을 완벽히 갖추었다면 안전지대 진입이 더욱 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자식들의 스펙을 만들어 주는 일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붓는다. 열정을 넘어 그릇된 행위까지 동원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잘 먹고 잘 살면서도 지루한 삶, 권태로운 삶을 사는 공허한 사람들, 자신의 힘이라 느끼는 것을 휘두르고 싶어 한다.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고가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희열을 느끼고 우월감을 느끼고자 한다. 심지어 고가의 물품을 판매하는 곳의 직원마저도 순간의 우월감을 느끼며 부족한 듯한 모습의 고객을 무시하는 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이러한 우월의식은 추종자가 있기에 가능하다. 자신의 삶에서 결핍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우월의식에 차 있는 사람들에 의존하여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려 한다. 자신의 욕구를 이루려는 욕심에 자신의 자존감도 팔면서까지 의존하려고 든다. 덩굴식물들이 자신의 키를 키우기 위해 옆에 있는 키가 큰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 생존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번다. 하지만 꼭 돈을 벌어야 산다는 생각, 과연 맞는 것일까. 남의 시선을 벗어나고, 인간이 살아오면서 만들어내고 거의 고정화 된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벗어나면 어떨까. 저마다의 시각에 따라 멋은 다르다. 그런데도 멋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벗어나서 살면 어떨까.
원래 인류가 지금의 이런 인위적인 발달을 하기 전에 살았던 삶의 형태가 있다. 자연에서 먹을 것을 채집하고, 자신이 스스로 먹을 것을 농작하고, 자신이 거처하는 공간을 만들고 보수하고, 그렇게 살던 삶이 있다. 생명체를 가까이 접하면서 알게되는 생명의 신비로움, 그들의 가르침. 이것이 진정 멋있는 삶이라 확신한다. 다같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삶의 형태가 설정된 인간의 한계적 시각을 벗어나 자유로운 삶이라 확신한다.
여유로움과 한가로움으로 철따라 먹으며 나비들과 노닐기도 하는 맛,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리라. 이런 맛을 즐기는 것은 돈을 벌지 않아도, 돈의 소유를 떠나서도 가능함을 알린다. TV에서 보여주는 '자연인'이라는 프로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업을 하다 실패할 위험도, 직장에서 잘릴 위험도 없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원하는 '철밥통', 여기저기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자연에서 홀로 오똑 서서 사는 삶,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삶으로 진정 안전한 삶임도 알린다. 돈을 벌어야 할 이유를 버린 삶으로 진정 자유로운 삶임을 알린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제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넘치는 소유물을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다. 언택트의 시대, 이상 기후가 주는 위기감, COVID19가 흔들어 놓은 인류사회, 삶을 진지한 자세로 돌아보게 한다.
우선 나이가 많은 은퇴자들부터 도시를 떠나 한가롭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자연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도시, 고가의 아파트로 대변되는 삶은 젊은이들에게 양보해 그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현장으로 넘겨주고 말이다.
나의 글이 인기가 없어도, 글을 보는 사람이 없어도 나는 꾸준히 글을 쓴다. 나는 앞서가는 사람, visionary이니까.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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