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오는 5월이다. 방의 뒤 창문을 통해 찔레꽃이 보인다. 찔레꽃을 본다. 하지만 찔레는 방안을 들여다 본다. 지붕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푸른 찔레의 잎은 비에 맞아 톡톡 튀기도 한다. 크지 않은 창문 하나에 은밀한듯 보이는 재미를 즐기니 시간이 가는지 오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비가 소리를 크게 낸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도 방울이 아니라 흐름이 되었다. 푸르름이 계속 떤다. 개구리도 소리를 크게 낸다. 비도 다채롭게 내린다. 그 비와 함께 존재하는 사람의 삶이 어찌 다채롭지 않겠는가. 맑게 갠 하늘과 함께 하는 삶, 태양이 지나치게 뜨겁게 내려 쪼이는 날의 삶, 바람이 살랑거리는 날의 삶, 땡땡 얼어붙게 하는 추위와 함께 하는 삶, 얼음이 녹아내리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함께 하는 삶, 아지랑이와 함께 하는 삶, 셀 수 없이 다채로운 변화의 삶. 그러니 그 다채로움을 즐기면 삶이라는 것은 신남 그 자체라 하겠다.
잠깐 사이에 큰 소리를 내던 비는 잠잠해졌다. 이제 지붕에선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어느덧 개구리도 울음을 그쳤다. 비와 함께 소리가 잠들었다. 이렇게 요란하게 우리를 위협하는 듯한 현상은 대체로 곧 사라진다. 그러니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잠깐 삶에 임팩트를 주는 현상일 뿐이다.
비를 보며 TV를 통해 세상을 본다. 재미있는 발상들, 사람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의 섬찟한 사건들, 아름다운 사람과 자연들, 독특한 사람의 생각들, 기상천외한 삶의 모습들, 정말 저마다의 모습으로 산촌 구석까지 찾아와 보여준다. 한곳에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 세상, 독특함과 창의력이 첨치는 세상,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가는 세상, 여전히 진화를 계속해 가는 중임을 알려주는 세상, 다채로움이 넘치는 세상이다.
어디에 있건 세상을 즐기고자 하면 언제나 즐길 수 있어 고맙다. 전에는 세상이 주로 사람의 세상이었으나 이제 산촌에 살면서 지경을 넓혀 식물도 동물도 같이 하는 세상이다. 그들을 통해 삶의 원형을 보기도 한다. 생명 모두를 안고 있는 자연의 위대함을 알게 되어감에 고마움이 넘친다.
자연은 늘 필요한 학습을 제때에 시켜준다. 그저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애쓰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려고 또한 애쓴다. 그런 모습에 자연은 기특해 하며 다양한 학습과 놀이를 하게 한다. 새로운 지경이 펼쳐지니 알거리, 배울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볼거리가 널려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이란 것이 한순간에 새로운 모든 것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 새로운 하나를 알아차리게 되면서 점차 인지영역이 확대된다. 이해범위가 확대된다. 그렇게 사는 세상은 점차 넓어진다. 이렇게 세상이 넓어짐을 알아차리면서 고마움이 넘쳐난다. 재미있는 노후의 삶에도, 독자적인 삶에도, 스스로를 책임지는 삶에도 고마움이 넘친다.
나는 고마운 삶을 사는 행복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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