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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식빵에 버터를 발라 노르스름하게 토스터에 구었다. 엄청 유혹적인 버터냄새, 바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아침 식사로 맛있게 먹었다. 더 먹고 싶지만 딱 한 쪽의 빵을 산뜻한 샐러드와 먹었다. 내가 키운 두 가지의 상추와 치커리, 저절로 넘치게 자라는 돌나물 한 조각에다 저절로 자라나 익은 딸기 6개, 토마토(산 것) 1 개. 이들을 접시에 담고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뿌렸다.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여름이 시작되었고, 기온이 올라 식전에 걷기를 해서 내가 찬 음식도 받아들일 차비가 되어서이다. 얼마 전까지 나는 아침이면 깨어나 한참을 뭉개다 일어나고, 그리고도 찬 음식은 내가 싫다고 한다. 그래서 따끈한 빵 한 조각과 따끈한 밀크커피 한 잔을 아침으로 먹을 뿐이었다.
아주아주 전 도시에서는 믹스커피를 하루에 여러 잔 마셨다. 설탕을 넣치않은 원두 커피도 수시로 마셨다. 그러다 당뇨환자가 되어 원두커피만을 마신다. 산촌에 와서도 볶은 원두를 구입해 직접 갈아서 커피를 내렸다. 그러다 갈아서 파는 원두커피를 사다 커피를 만들었다. 그러다 나이들어 가면서 몇 년 전부터 인스턴트 커피를 사서 물에 타서 마신다. 아주 약간의 물에 인스턴트 커피를 넣고, 우유 200cc를 넣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커피를 만든다. 나의 상황에 맞춰서 습관적인 욕구와 입맛이라는 욕구를 넘어 커피를 만드는 방식이 이렇게 변해 왔다.
나의 게으름을 그대로 반영하는 아침 식사로 빵을 먹는 방식, 주로 식빵을 토스터에 구워 바꿔가면서 우엇인가를 발라 먹었다. 그러다 당뇨환자가 되어 달콤한 잼류는 먹을 수가 없다. 어쩌다 땅콩버터를 살짝 발라 먹으면 행복하다. 그래도 땅콩버터 작은 통 하나는 대체로 상비하고 있다. 어쩌다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버터도 내 몸이 거부하지만 상비 식품이다. 그래서 거의 먹지를 않으나 이도 어쩌다 빵에 발라 구워 먹는다. 버터를 발라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식빵의 바삭함은 자주 먹지 못함으로 더욱 맛이 있다. 그러다 식빵이 아닌 다른 빵을 가능한 먹고자 하나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냉동칸에 보관해서 먹으려니 쉽지가 않다. 어쩌다 먹는 치아바타도 맛있고, 통밀빵, 크로와상도 기쁨을 일깨운다. 소분해 냉동 보관했던 빵에 물을 살짝 묻혀 오븐에 구워 따스한 빵을 올리브유에 발사믹을 넣고는 찍어 먹는다. 당뇨병이어도 나는 빵으로 먹는 아침 식사를 포기하지 못한다. 자제라는 것을 하면서 어쩌다 하는 욕구충족, 그럴 수 있어서 기쁘다. 자제라는 것을 하는 나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절제하던 초콜렛을 어쩌다 그래도 절제를 하면서 조금만 먹는 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절제하던 슈크림을 어쩌다 만나도 절제를 하면서 조금만 먹는 나 자신이 고맙고 대견하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들을 넘어서 살고 있음에, 자제라는 것을 그래도 유지하고 있음에, 고맙다. 자제를 하다 이제 나는 많은 것이 변해간다. 욕구 자체가 사라져 가는 것이고, 자제한 생활이 내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제 간단한 아침식사가 아닌 햄에그 샌드위치라도 해서 먹고나면 몸이 싫다고 한다. 달달한 식품을 넉넉히 먹으면 이것도 몸이 싫다고 한다. 이렇게 나는 불량 식생활에서 양호한 식생활로 변화를 해간다. 자제를 하면서 나의 식생활은 점진적인 발전을 하고, 이는 식생활뿐 아니라 나의 생활 전반에 작용한다. 제반 분야에서 하는 자제, 자제력도 시간이 흐름을 따라 강해진다.
그래, 나는 자제력이 대단한 인간이 되어 간다. 내게 주어진 당뇨병에도 고맙다. 건강한 존재로 이끌며 자제력을 키울 기회를 주었으니 말이다. 그래, 나는 건강한 존재가 되어 간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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