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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뽑다가 아주 아주 작은 관상용양귀비를 만났다. 어떻게 이리 작을까. 그래도 갖출 것을 다 갖추고 꽃봉오리를 맺었다. 씨앗이 발아할 환경을 만났으나 그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은 만나지를 못해서 일어난 현상이라 여긴다. 그가 태어난 곳은 엉겅퀴가 어마어마 하게 컸던 곳이다. 엉겅퀴의 영양분 흡수력이 뛰어나 다른 식물에게 가야할 양분을 남기지 않고 혼자 다 먹어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나름 성장해 자신의 사명인 종족보존 작업을 위해 꽃을 피우려 한다. 생명체에 각인된 생존 원칙과 생명력에 경외감이 든다. 하나는 사진을 찍었으나 또 하나는 더 작아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사진의 괭이밥이 엄청 커보인다. 이 괭이밥도 크기가 별로 크지 않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래 사진 아래쪽 왼편 흐릿한 아이가 관상용양귀비이다.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크기이고 꼴이다.
풀꽃 가지 하나가 꺽여 있다. 내가 모르고 발로 밟았는지 완전히 꺽였으다. 그는 온전한 친구들과는 다르게 잎이 흐릿했다. 그래도 살아있는 듯해 그냥 놔두었다. 그 친구가 꽃을 피운다. 나름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경외감이 든다. 생명체로서 생존 메커니즘을 따라 자신의 사명을 이루고 있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작년 가을에 꽈리를 얻어 심었다. 집에 들어설 때 꽈리라는 빨간 열매가 보이면 좋을 것 같아 장작광 입구 모퉁이에 자리를 잡아주었다. 그런데 그후에 장작을 사서 쌓느라 꽈리가 심겨진 곳은 짓밟혔다. 겨울에도 계속 나무를 새로 뽀개서 쌓고 하는 중에도 꽈리가 있는 곳은 생존이 불가능한 곳으로 변했다. 봄이 되고 꽈리는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봄이 무르익어 가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린 그는 공간을 이동해 태어났다. 꽈리는 뿌리로 번식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뿌리를 30cm 정도 안전한 곳으로 길게 뻗어 자신을 지상에 드러냈다. 생명체이기에 안전을 추구하고, 그 방도를 마련해 자신의 뿌리가 뻗어야 할 방향을 찾은 그이다. 그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존경을 표한다.
식물들의 삶을 소극적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그들은 움직이지 못하니까. 그런데 그들도 나름으로 움직인다. 자신이 생존하고 있는 환경이 열악하면 나름의 방법으로 이동 하기도 한다. 식물들은 서로 각자의 생명력에 공명을 하면서 에너지 수준을 높혀가는 것 같다. 그들에게 깃드는 새들도 그들과 같이 생명력에 공명하면서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을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산촌은 치유능력이 있다고 본다.
산촌에서, 매일 생명력이 넘치는 현장에서, 많은 생명체들과 생명력을 공명시키며 나의 생명력과 나의 에너지도 그 수위가 높아진다. 그리고 세상과도 공명하겠지 여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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