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복잡해 졌고, 과잉 인구와 환경문제로 지구는 매우 아프다. 불안해진 삶이어서인지 종교에서 일으키는 사건 사고들이 많은 것 같다. 종교가 생겨나게 되는 인간의 욕구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간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다. 미성숙한 인간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건으로 옴진리교에 의한 사린가스 테러가 있다.

1995년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서 일어난 사린가스 테러사건, 대도시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화학병기가 사용된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승객과 역무원 등 13명이 사망하고, 6200여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 사건의 주모자는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본명 마쓰모토 지즈오)로,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집행은 2018년 7월6일에 이루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으로 나의 머리 한구석을 늘 차지하고 있던 옴진리교 사건, 사형집행 관련 기사를 보고 그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일었다. 그러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 ‘언더 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를 만났다. 저자는 정말로 담백하게 인터뷰를 해 글로 옮겼다.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재난을 만난 피해자들, 그들을 인터뷰한 책이 ‘언더그라운드’이다. 일본 직장인들의 아침 출근길, 복잡한 열차를 타고 가던 사람들,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의 삶을 성실하게 이행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삶에 소박한 자세로 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에 반해 옴진리교 측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이 ‘약속된 장소에서’이다. 그들은 무엇인가 모색하던 사람들로, 모색의 결과가 옴진리교였다. 이는 그들의 분별기준이 모호했고, 옴진리교의 사기술이 능했다고도 보겠다. 종교에 의해 그들은 왜곡된 가치기준을 가지게 되었고 종교지도자에 의해 오도되며 그들은 자신들에 제시된 고된 노동도, 일부는 범죄도 마다하지 않았다.

옴진리교는 메구로공증인사무소 사무장 납치 감금 치사 사건, 사카모토 쓰쓰미 변호사 일가족 살해 사건 등에 대한 경찰의 의혹이 증폭되어 강제 수사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 교주 아사하라 쇼코. 그는 경찰의 좁혀 지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강제수사 직전에 대규모 테러 사건을 일으켰다. 그는 추종자들에게 아침 출근 시간대에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 사린 살포를 하라고 명령했다.

액체 상태의 사린은 비닐봉투에 넣어진 다음 신문지에 싸여 있었다. 각 실행범은 대략 1리터 용량의 팩 2~3개를 범행에 사용했다. 범인은 해당 열차에 탑승해 승강장 부근에서 끝이 날카로운 우산으로 봉투를 몇 차례 찌른 후 열차에서 나와 공범자가 기다리는 자동차를 타고 도주했다고 한다.

유기 인 계(사린가스) 중독의 해독제인 프랄리독심요오드화메틸(Pralidoxime Iodide Methyl, PAM)은 주로 농약 중독에 쓰이던 약으로 대다수의 병원에서 재고를 대량으로 가지고 있는 약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피해가 사린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명되자마자 순식간에 동이 나 전국의 병원에 수집령이 내려졌었다고 한다.

사건으로부터 이틀 후인 3월 22일 일본의 경시청은 옴진리교에 대한 강제 수사를 실시했고, 이 사건에 개입되었다고 체포된 교단의 간부급 신자 하야시 이쿠오의 자백에 의해 전모가 밝혀졌다. 도쿄 지방법원은 주범인 교주 아사하라 쇼코를 비롯해 하야시 이쿠오를 제외한 범인 전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아사하라 쇼코는 2006년 9월 15일, 최고재판소 상고가 기각되어 사형 판결이 확정되었고 2012년 6월에는 사형집행이 연기되었다. 2018년 7월 6일에 아사하라 쇼코를 비롯한 간부 7명에 대한 사형이 드디어 집행되었다.

사린가스 테러 피해자 중에는 치료가 끝났어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사건을 되새겨 보며 우리는 자신의 삶과 종교, 지도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함을 챙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네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절실하고 진지하게 스스로 생각하지를 못한다. 제대로 생각하고 문제해결 하는 과정을 익히지 못했기에 그렇다. 그래서 의지할 곳으로 찾는 것이 종교이고, 종교지도자를 절대적인 의지처라 여긴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을 보면서 제대로 삶에 대한 깨달음이 없으면서 지도자가 되어버린 지도자는 대체로 절대적인 권력자가 되기로 결정하게 된다. 이것은 그를 바라보며 모여든 사람들이 부추긴 꼴이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자신들의 내면에 숨겨진 무능함을 아는 지도자들은 폭력을 행사하여 복종을 요구하고 결속시키는 일을 감행한다. 그것이 먹히는 것을 확인하며 그들은 스스로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대하게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무능이 드러날까 봐, 언행의 불일치가 드러날까 봐, 그들은 자신에게 찾아 든 사람들을 압제한다.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질문을 가지고 찾았으나 질문을 할 기회 조차 빼앗는 곳으로 되어간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 진정으로 절실히 고민하고 진지한 자세로 탐구를 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 삶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방식을 열심히 모색하고 또한 엄격하게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살면 알게 된다. 자신이 찾았던 질문의 답을. 삶과 자신 그리고 세상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렇게 ‘모름’에서 ‘앎’으로 우리는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진정한 어른으로 우리는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한 작업을 격려하고, 깨우침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신도에게 자극을 주는 곳이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종교인이나 지도자들, 모두 쉽게 살려고 든다. 그러니 진지한 탐구 작업을 하지 못한다. 관념적으로 흐르거나 야합하며 안온하게 정착하고 싶어한다. 그런 약점으로 쉽게 종교라는 옷을 입음으로써 삶은 왜곡된다고 본다.

종교의 목적에 대해 달라이 라마의 말을 소개한다. '깨달음의 길(달라이 라마)'이라는 책의 영문 번역자인 글렌 뮐린(Glenn H. Mullin)이 서문에서 그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기억하게. 우리 목적은 불교도를 더 많이 만드는 게 아니라 깨달은 사람을 더 많이 만드는 거네. 불교를 가르쳐도 불교도가 되라고 독려하지는 말게. 그저 마음 안에 사랑, 자비, 모든 것에 대한 보편적인 책임감, 지혜 같은 것을 기르도록 독려하게. 어떤 사람들은 강한 업의 인연이 있어 정식으로 불교도가 되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인데, 그런 경우라면 허용할 수 있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강조되어야 할 것은 내면의 영적 가치이지 특정 종교에 헌신하는 것이 아닐세.

종교가 무엇인지 어떠 해야 하는지 명료하게 알려주는 말이다. 선각자들은 그들처럼 우리 모두가 깨달음을 가지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성숙을 향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종교의 목적이 되고, 또한 인간의 목적의식이 되어야 한다. 그가 쓴 서문에는 종교 지도자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글도 있다. 

달라이 라마가 델리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난 후에 인도 대통령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고 한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을 하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수행원은 대통령과의 약속시간 때문에 떠냐야 한다고 말했으나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먼저 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겠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행원이 거듭 재촉을 했어도 그는 조용히 앉아서 조용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내 문제는 말입니다, 내가 한 나라의 대통령과 대학의 어린 학생을 차별한다면 나는 더 이상 나를 달라이 라마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 다음 그는 그 학생의 질문에 대단히 심도있게 답했고, 그 답에는 어느 누구도 원래의 바보 같은 질문에 숨어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심오함이 깃들어 있었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가 핀셋으로 콕 집어서 종교지도자가 가져야 할 자세, 성숙한 인간이 가져야 할 자세를 알려주었다. 아직 이렇게 되지는 못했어도 우리는 그런 목표점을 보며 늘 깨어서 길을 가야 한다.

위대한 인간들이 지구에는 무척이나 많다. 위대한 존재가 무엇인지, 또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깨달은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그 길을 가야 한다. 지나친 겸손으로 위대한 존재는 따로 있다고 여기는 생각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덮어놓고 종교나 종교지도자를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다. 唯我獨存유아독존!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