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가 한 강설로 이루어진 '깨달음의 길'에 노인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등은 활처럼 구부정해지고 머리칼은 마른 꽃처럼 하얗게 세고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해진다. 한 번 앉으려면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고, 한 번 서려면 나무뿌리를 아래쪽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이 느껴진다. 말을 하려 하면 혀가 말을 듣지 않고 걸음을 걸으려 하면 비틀거린다. 시각, 청각 같은 감각기관이 기능을 잃는다. 몸은 윤기를 잃어 시체처럼 보인다. 기억력도 쇠퇴해 아무것도 기억하는 것이 없다. 소화력 역시 잃어 아무리 음식을 먹고 싶어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이제 그의 삶은 거의 끝이 났고 죽음이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노령의 고통은 이와 같다.
산촌에는 대체로 노인네들이 산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런 모습을 보여 준다. 내 나이 70이니 나 역시 그렇다. 읍내에 나가는 길 버스를 타면 노령의 고통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노인들. 저마다 특색이 있지만 늙으면 이렇게 된다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허리가 몹시 굽어 땅바닥만 보시는 분도 있고, 몸이 이리저리 휘어진 분도 계신다. 몸의 왜곡돼, 균형이 맞지 않아 조화롭지 않으니 몸이 여기저기 아플 수 밖에 없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나는 적극적으로 내 몸 관리를 한다. 사는 날까지 나름 몸을 조화롭게 유지하려고.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매일 산촌을 걷는다. 걷기가 끝나면 악간의 스트레칭을 한다. 젊어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대단하다. 그만큼 노령의 고통과 노인들의 균형을 잃은 모습이 두렵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평생 운동을 하지 않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 했다. 이런 내게 가장 좋은 운동으로 다가온 것이 걷기이다. 그냥 걸으면 된다. 이것을 산촌에서 하니 좋았다. 그래서 걷기가 내 일상의 주요 부분을 차지했다. 햇살의 애무를 느끼는 것도 좋고, 살랑거리는 바람도 좋다. 촉촉한 비도 좋다. 때론 강풍이 불어 바람이 위력을 느끼니 신선해서 좋다. 폭우도 폭설도 어쩌다 만나는 것이라 내게는 경이로운 경험이니 그저 좋다.
산촌과 산촌을 구성하는 생명체들을 걷기를 통해 보면서 호기심을 느낀다. 적극적은 아니라도 가능한 그들이 누구인지 등을 기회만 있으면 챙기게 된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먹거리에도 경이를 느낀다. 지금은 1월의 마지막 부분이다. 강한 추위에 꽁꽁 얼어서도 푸르름을 유지하고 살아있는 친구들을 보며 경외감을 느낀다.
걸으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느낌과 경이, 경탄을 만나며 나는 건강이 많이 회복 되었다. 서울에서 아프던 무릎도 고통이 없어졌고, 구부정한 허리도 펴진 듯하다. 등에서 일어나던 고통도 없어졌다. 그리고 잠도 잘 잔다. 운동을 하니 먹으면서도 먹을 권리를 느끼고 감사함도 깊게 가지게 된다.
노인네가 세상과 하직할 때까지 살아가면서 자신의 늙어감을 인정하고 서서히 늙어감에 감사하며 자신을 돌보는 일. 저마다 스스로 자신에게 맞추어서 노인네 삶의 방법을 만들었으면 한다. 떠나는 날까지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는 삶이기에 말이다.
늙어가는 자신을 만나는 것도 축복이다. 늙기 전에 이미 세상과 하직을 할 많은 기회를 넘어 지금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늙어가며 삶을 관조하고, 행복한 존재임에 감사하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면서 기뻐하며 노인네의 길을 간다면 노령의 고통도 덜하리라 믿는다.
늙어가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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